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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Feb 02. 2021

쉽게 바스러지는 마음, 어쩌자고 글을 쓰는지

악플, 말이 칼이 되어 찌르는

쉽게 바스러지는 마음. 

어쩌자고 이런 마음을 갖고 태어나서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는 일을 하는 걸까요, 저는? 


9개월 전부터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고 있는데, 최근 며칠 제가 쓴 콩트 한 편이 주목을 받고 있었어요. 

https://brunch.co.kr/@yoonsohee0316/544


2/2 오전 8시 기준 조회수 4만 5천 회가 넘고, 이 글을 읽고 구독한 분이 2백 명이 넘으니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 모양이에요. 

댓글 82개 중 악플이 겨우 2개 달렸는데, 그 악플이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도는 거예요. 

이론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니,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오전에 한 댓글이 결국 제 눈물보를 터뜨리고 말았어요. 

악플을 보고 상처 받지 말라고 응원해 주는 메시지였는데, 그걸 읽고는 봇물 터지 듯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거예요. 

따뜻한 위로 한 마디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덮어두었던 마음을 건드리고 만 거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는데, 마침 이 댓글이 저를 울리고 말았네요


그 콩트는 제가 소중히 여기는 지인이 겪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고 쓴 글이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욕과 불쾌한 일을 겪은 지인의 사례를 짧은 소설로라도 남기고 싶었어요. 그녀가 다른 어디에서도 그 일에 대해 말조차 꺼내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이죠. 


사실 브런치에 4백 편이 넘는 글을 썼지만 악플을 받아본 건 처음이에요. 이미 상처가 많은 데다 바스러지기 쉬운 제 마음을 알기에 '악플 달릴 만한' 글은 절대 쓰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속으로는 분명한 관점이 있어도 절대 그걸 드러내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써왔던 거죠. 실은 상처 받기 싫어서 택한 '비겁한' 글쓰기였어요. '물어 뜯길' 자신이 없어서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쓰지 못하고, 그나마 끄집어낸 이야기들도 '소설'이라는 형식에 숨어서였죠.


우리가 겪었든 겪지 못했든, 알든 알지 못하든, 믿든 믿지 못하든 세상에는 어둠이 존재합니다. 제가 쓴 콩트는 그 어둠의 아주 작은 일부를 드러낸 것이었고요. 반응이 둘로 나뉜 건 그런 어둠의 존재를 이미 알아챈 분들과 아직 겪거나 보지 못해 모르는 분들로 나뉘기 때문일 거예요. 


악플이 일부 있었지만,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라이크 잇' 해주시고 응원의 댓글을 달아 주셨어요. 어둠의 일부를 글로 드러내 준 것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용기를 내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여전히 자신은 없습니다. 겨우 악플 한두 개 보고 하루 종일 무너져서 울어버릴 만큼 제가 강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문장의 힘을 믿기 때문이에요.


이 외에도 많은 분들이 제 책을 주문하며 응원해 주셨어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한바탕 울고 나서 보니, 사실 주위에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거예요. 

소셜 미디어에 제 출간 소식 포스팅도 해주시고, 책 주문 완료했다고 인증샷도 보내 주시고, 순위 올려주려고 일부러 나눠서 매일 주문하는 분도 계시고... 

그런 분들을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이번에는 고마워서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사실 할 일이 많았는데, 하루를 종일 울면서 보냈네요. 


모름지기 작가란 사람들은 바스러질 듯한 자아를 가진 지성인인 경우가 많아서 모욕의 표적으로 그만이다.
윌리엄 어빈 <알게 모르게, 모욕감 (A Slap in the Face)> 


아마 저뿐 아니라, 브런치 또는 다른 곳에서 글을 쓰는 많은 분들이 '바스러질 듯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글 때문에 원치 않는 상처를 받는 일도 종종 있겠지요.

하지만 (많든 적든) 우리의 글을 읽어 주는 누군가가 있고, 또 어딘가에서 쓰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용기를 내어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혹시 저처럼 악플 등으로 상처 받은 분들 계시다면 응원합니다. 아픈 길이지만 같이 계속 썼으면 해요. 언젠가는 그런 글도 쓸 수 있겠죠. 악플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다른 '바스러진 자아'를 어루만질 수 있는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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