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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18. 2021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지않도록!_<여채사>북토크

기억의 여백을 채우는 기록

"친구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했다. 사실은 20년 동안 나를 저주하고 있었다고. 내가 가장 힘들고 절박했을 때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외면했다고. 친한 친구였기에 충격이 너무 커 그대로 한 나절을 쓰러져 잤다. 나를 저주하게 된 원인을 듣고 보니 나로서는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

지난 기록들을 훑어보다 우연히 발견한 문장이다. 기록 날짜를 보니 5년 전쯤이다. 내용에도 놀랐지만, 겨우 5년밖에 안 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문장을 읽으면서도 20년 동안 나를 저주했다는 친구가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윤소희


위 이야기는 <여백을 채우는 사랑>에 실릴 뻔했던 에세이 일부예요. 친구가 나를 저주하게 된 원인을 밝히지 않으면 독자들이 실망한다는 편집자의 주장과 친구의 비밀을 밝힐 수 없다는 제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결국 어렵게 쓴 글을 책에서 뺐습니다. 그 누구도 이 글이 친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그 친구만은 알 테니까요. 나를 오해해 20년 동안 저주했던 친구에게 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을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 또 기록된 글 중 무엇을 세상에 공개할 것인가'는 중요한 결정이고 늘 고민되는 선택입니다.


이렇게 문을 연 왕징작은도서관에서의 두 번째 북토크 잘 마쳤습니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 윤소희 북토크 @왕징작은도서관


‘기억의 여백을 채우는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기록하는 것,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어요. 


때로는 쓴 사람의 진심보다 남아 있는 문장 한 줄이 더 진실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회수되지 못한 연애편지 속의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설사 현실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몇 낳은 후라 할 지라도. 어떤 이는 문장 한 줄이 증거가 되어 전과자가 되기도 하니, 문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조각을 떼어 편지에 담는다. 찰나에 존재했다 사라질 순간과 함께. 

편지를 쓰고 있던 나는 그 편지 안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믿는다. 종이 위에 담겨 흩어진 열여섯 살의 나, 스무 살의 나, 서른세 살의 내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겠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시간이라는 틀을 슬쩍 넘어. 

'편지' 일부, 윤소희 <여백을 채우는 사랑> 중


활발한 이야기 나눔이 있어 더 좋았던 북토크. 

귀한 주말 저녁 시간을 내서 찾아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백을 채우는 사랑> 윤소희 북토크 @왕징작은도서관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 다 있으시죠?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새 생명을 주는 일, 기록

그 소중한 것들을 조금씩 기록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북토크에서 나눴던 일부 내용이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8에 들어 있어요. 녹화영상 보시려면 아래 클릭!)

https://www.instagram.com/tv/CNxGbb7lLp-/?igshid=uph5gav48p5x


듀엣으로 기타 연주한 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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