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지않도록!_<여채사>북토크

기억의 여백을 채우는 기록

by 윤소희
"친구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했다. 사실은 20년 동안 나를 저주하고 있었다고. 내가 가장 힘들고 절박했을 때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외면했다고. 친한 친구였기에 충격이 너무 커 그대로 한 나절을 쓰러져 잤다. 나를 저주하게 된 원인을 듣고 보니 나로서는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

지난 기록들을 훑어보다 우연히 발견한 문장이다. 기록 날짜를 보니 5년 전쯤이다. 내용에도 놀랐지만, 겨우 5년밖에 안 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문장을 읽으면서도 20년 동안 나를 저주했다는 친구가 누구인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윤소희


위 이야기는 <여백을 채우는 사랑>에 실릴 뻔했던 에세이 일부예요. 친구가 나를 저주하게 된 원인을 밝히지 않으면 독자들이 실망한다는 편집자의 주장과 친구의 비밀을 밝힐 수 없다는 제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 결국 어렵게 쓴 글을 책에서 뺐습니다. 그 누구도 이 글이 친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그 친구만은 알 테니까요. 나를 오해해 20년 동안 저주했던 친구에게 다시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을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 또 기록된 글 중 무엇을 세상에 공개할 것인가'는 중요한 결정이고 늘 고민되는 선택입니다.


이렇게 문을 연 왕징작은도서관에서의 두 번째 북토크 잘 마쳤습니다.

토크1.JPG
토크2.JPG
<여백을 채우는 사랑> 윤소희 북토크 @왕징작은도서관


‘기억의 여백을 채우는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기록하는 것,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어요.


때로는 쓴 사람의 진심보다 남아 있는 문장 한 줄이 더 진실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회수되지 못한 연애편지 속의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 설사 현실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몇 낳은 후라 할 지라도. 어떤 이는 문장 한 줄이 증거가 되어 전과자가 되기도 하니, 문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조각을 떼어 편지에 담는다. 찰나에 존재했다 사라질 순간과 함께.

편지를 쓰고 있던 나는 그 편지 안에서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믿는다. 종이 위에 담겨 흩어진 열여섯 살의 나, 스무 살의 나, 서른세 살의 내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겠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시간이라는 틀을 슬쩍 넘어.

'편지' 일부, 윤소희 <여백을 채우는 사랑> 중


활발한 이야기 나눔이 있어 더 좋았던 북토크.

귀한 주말 저녁 시간을 내서 찾아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토크.JPG
토크5.JPG
토크6.JPG
토크8.JPG
<여백을 채우는 사랑> 윤소희 북토크 @왕징작은도서관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 다 있으시죠?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새 생명을 주는 일, 기록.

그 소중한 것들을 조금씩 기록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북토크에서 나눴던 일부 내용이 '책 읽어 주는 작가 윤소희' 책 소개 라방#8에 들어 있어요. 녹화영상 보시려면 아래 클릭!)

https://www.instagram.com/tv/CNxGbb7lLp-/?igshid=uph5gav48p5x


토크7.JPG 듀엣으로 기타 연주한 두 아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