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악플에 상처 입은 가족을 보며...
https://brunch.co.kr/@yoonsohee0316/603 (에 이어서...)
즐겁게 인터뷰를 마치고 이틀 후 (3/31) 오전에 기사가 올라갔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윤소희 前 아나 새벽 3시부터 글쓰기... 소설 20편 분량 썼다"라는 평범한 제목이었어요. 두어 시간 기도를 하고 나오니, 휴대폰이 난리가 났어요.
쏟아져 들어온 메시지 중 남편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사를 메인에서 내려달라는 부탁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세상에, 그새 기사 제목이 바뀌어 있는 거예요. “빚더미 남편… 애 데리고 숨어 다녔다 윤소희 前 아나 인생역정" 이라고요. 기사를 클릭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왜 도망가냐’ 식의 악플이 달려 있었어요.
https://news.joins.com/article/24024610 (기사가 궁금하면...)
참담한 심정이 되어 김호정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중에 수습을 하고 보니, 기사를 쓴 기자도 기사 제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이 일을 겪으면서 신문사에 기사 제목만 전담하는 팀이 있다는 걸 알았네요. 클릭 수를 높일 만한 자극적인 제목을 뽑다 보니 “빚더미 남편..” 같은 제목이 나왔던 거겠지만, 앞뒤 상황을 뚝 잘라서 그 말만 떼어 읽는다면 독자들의 오해를 살 만하지요.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남편에게 몹시 미안했어요. 당일은 이제 글 쓰는 것도 출간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요. 최근 악플에 단련받는 중이긴 했지만, 가족을 건드리는 악플은 더 참기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악플에 적힌 것처럼 ‘야반도주’를 하긴커녕, 개인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회사 채무까지 다 떠맡아 책임을 지느라 만신창이가 되었거든요. 남편은 아내와 이제 겨우 한두 돌 된 두 아들을 채권자들에게 대신 인질로 잡으라고 하고 회사의 채무를 해결하러 떠날 만큼 자기 일에 책임을 다했던 사람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책임감 있는 남편이 비겁한 인간으로 취급받으니 너무 속상하고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제가 보지 못해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가 걸려 있던 두어 시간 사이, 백만 뷰가 훌쩍 넘었다고 해요. 한동안 연락이 뜸하던 분들이 기사를 봤다고 연락을 줄 정도로 꽤 노출이 되었던 모양이에요.
겨우 두어 시간 걸려 있던 자극적 기사 제목에도 이렇게 시달렸는데, 유명 연예인들은 그 많은 악플을 어떻게 견딜까요?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어요. 아주 잠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관심을 받는 사건을 겪으면서 글의 무게, 문장의 무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어떤 이는 문장 한 줄이 증거가 되어 전과자가 되기도 하니, 문장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편지’ 일부,
윤소희 <여백을 채우는 사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