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오른손을 내밀수 있도록
하루를 여닫는 이 새벽에
-민경국
덥수룩한 수염을 만져 보고야
시간에 대한 나의 무심함을 탓하며
괜한 흐뭇함의 눈짓으로
거울을 본다
무심했던 것은
한 치 수염이 아닐진대
떠오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버스만을 기다리며
지나치는 나를 못 보고 살아가는지
간혹
마주치는 눈빛엔 오히려
무안(無顏)한 것이 우리의 하루하루는 아닌지
때론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것으로도
하나이었는데,
함께 웃었는데
그들은 어디 가고
좌표(座樸) 잃은 나만 서성이는가
늦은 약속,
시계는 보아도
지나치는 우리네 얼굴은 못 보는
우리의 삶과
나의 안쓰러움이
결코 다른 뿌리가 아님에
나는 늘 웃을 준비를,
늘 오른손을 여유롭게 해야겠다
저 푸른 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우리는 한 울타리
아침 해가 돋기 전에
무작정
편지를 써야겠다
'자신의 버스만을 기다리며’
‘지나치는 우리네 얼굴은 못 보는’
‘지나치는 나를 못 보고 살아가는’ 이는
남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임을 아프게 깨닫는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우리인 누군가에게
'늘 웃을 준비를’
그리고 ‘늘 오른손을 여유롭게 해야겠다'
철퍼덕 주저앉아 맥을 놓아버리고 싶었을 때,
내밀어 주었던 그 따뜻한 손을 기억하며
절망의 벽 앞에 주저앉으려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오른손을 내밀 수 있도록
비록 그동안 내밀었던 손길로 무수한 폐허가 생겼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