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나를, 사람들은 어떻게든 발견한다

by 윤소희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것


- 도리앤 로


슬픔이 아무리 크고 무겁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기운 없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그때 한 어린아이가 길을 가르쳐 준다

아주 열심히

한 여자는 유리문을 잡고 기다려 준다

인내심을 갖고 내 텅 빈 몸이 지나갈 때까지

하루 종일 그것이 이어진다

한 친절 다음에는 또 다른 친절이

내가 길을 지나갈 때 낯선 사람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나무들은 꽃을 피워 주고

정신지체아는 아몬드 같은 눈을 들어

미소를 보낸다

어떻게든 사람들은 나를 발견한다

심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마치 나를 말리려는 사람들처럼

내가 마음먹은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그들도 한때 그렇게 마음먹은 적 있었던 듯이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세상 밖으로 가볍게 몸을 날리고 싶은

이 유혹을 느낀 적 있었던 듯이




스피노자에 의하면 '슬픔은 같이 있을 때 무기력해지고, 그와 헤어지려고 하면 즐거워지는 불행한 감정 상태’이다.

하지만 자신이 충만하게 채워지지 않고 한없이 공허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슬픔이 꼭 누군가 타자를 전제할 필요가 있을까.

내면에서 커져만 가는 공허와 무겁게 질질 끌리는 슬픔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을 때도 분명 있으니까.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세상 밖으로 가볍게 몸을 날리고 싶은’

유혹을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람은 대부분

겉에서 보는 것만큼 행복하지도

겉에서 보는 것만큼 불행하지도

않다.


한때 그렇게 마음먹은 적 있었기에

우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미소를 보내거나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

작은 친절로

‘가볍게 몸을 날리고 싶은’ 유혹으로부터

그를 꼭 붙들어 줄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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