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호 식품'인가
담배는 애증의 대상이다.
담배를 피운 시절은 아주 짧았지만 가장 파릇파릇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여성의 흡연은 지금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만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더 심했다. 택시 기사가 '담배 피우는 여학생들 학교에서 퇴학 안 시키냐'라고 대놓고 훈계를 했으니까. 한 친구가 ‘담배 피우는 여자’라는 이유로 괴롭힘 당하는 걸 보고 반발심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소셜 스모커(Social smoker)로 혼자 있을 때는 담배를 거의 피우지 않았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있을 때는 줄담배도 피웠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게 친구 간의 어떤 결의를 보여주는 걸로 여겨질 때였다.
몇 년 후 미국에 잠시 머물 때 담배를 끊었다. 머물던 주에 식당 등 실내에서 금연하는 법 조항이 있었고, 겨우 담배를 위해 식사 중 밖에 나가야 한다는 게 몹시 귀찮게 느껴졌다. 마음먹은 그날 바로 끊었다. 하루아침에 끊었기에 지금도 담배 못 끊는 사람들에게 잘 공감하지 못한다.
그 후 담배 냄새라면 질색을 하게 되었다. (흡연 시절에도 그 냄새를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남편이 담배를 몰래 피운 후 손을 깨끗이 씻고 샤워를 오랫동안 하고 나타나도 내게 곧 들키고 만다. 코털에 남아 있는 냄새를 알아채는 것이다.
흡연자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가끔은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마주친다. 손가락 사이에 타고 있는 담배를 끼운 채 팔을 흔들며 걷고 있는 사람을 보면 위험천만하다. 얼른 앞질러 달리다시피 그곳을 떠난다. 이렇게 담배 냄새에 예민하고 또 그걸 싫어하면서 한때는 내가 스모커였다니…. 가끔은 나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
만약 담배가 모든 이에게 '평등한' 기호 식품이었다면, 젊은 시절에도 나는 담배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도 한국 남성 흡연율은 OECD 상위권, 여성 흡연율은 하위권으로 성별 격차가 심하다.) 단지 여자라서 안 된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었다.
담배 연기는 내게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담배를 피운다고 내게 자유가 허용되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그래서 그토록 치를 떨며 그 냄새를 피하고 싶은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