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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an 15. 2022

“이게 마냥 부럽다면 너는 멀었어”

GRAY '하기나 해'

넌 하고 싶은 건 다 하는구나. 참 부럽다. 


책을 출간하고 북토크나 강연을 하러 다니고, 큰 행사에 불려 가 MC를 하고,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하거나 뮤비를 만들고, 마흔 넘어 발레나 바이올린을 배우고, 매년 한 달씩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내가 자주 듣는 말이다. 심지어 나를 낳아준 부모에게서도. 


부럽다는 말, 칭찬하는 말로 던지는 말이겠지만 참 싫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불편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건 굳이 이유를 얘기하지 않아도 안 되는 일이다. 


사실 내가 왜 부럽다는 말에 그토록 화가 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빴고, 그걸 표현할 수조차 없으니 답답했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가 들려준 힙합 가사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게 마냥 부럽다면 너는 멀었어.” 
GRAY* - ‘하기나 해’ 가사 중 


부럽다는 말은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다. 그 말은 마치 타고난 운이나 재능으로 모든 결과를 거저 얻은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고 도전을 시작한 용기나 오랜 시간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때로는 조롱을 견뎠을 의지와 끈기 등은 깡그리 무시당하기에 그토록 싫었던 것이다. 


반대로 이런 말을 들을 때 기쁘다. 


오랫동안 재즈 피아노를 쳐 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 용기 내서 시작해 보려고요. 
그동안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언니 보면서 이번에 대학원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이런 말은 자신의 결심과 결단을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발자국 내디딘 내 용기를 인정해주는 말이라 따뜻하다. 게다가 내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려 주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지독한 감기 몸살을 앓으며 새해를 맞았다. 2주 넘게 누워 있는 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할 수 없었는데, 감기가 떨어진 후에도 그때의 무력감이 이어졌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덮쳐 왔다. 하지만 때마침 건네준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덕분에 다시 기운을 내어 일어나 본다. 




*GRAY - 작사, 작곡, 프로듀싱, 랩, 보컬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능한 아티스트. ’쇼미 더 머니’에 출연. 


https://www.youtube.com/watch?v=q2wlKd-DH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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