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희 Jan 16. 2022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웃음을 주는 슈퍼 히어로의 이름은?

내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초능력을 원하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원한다고 답했다. 누가 내게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고 싶었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능력을 준다고 해도 받고 싶지 않다. 남의 진심을 안다는 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만약에 사랑하고 믿었던 누군가가 속으로는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면, 그 사실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늘을 나는 능력


하늘을 나는 능력은 어떨까. 약간의 고소공포증으로 높은 곳이라면 안전한 빌딩 위도 두려워하는 내가 과연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막상 날게 되면 신나기는커녕 무서워서 울 지도 모른다.  



투명인간처럼 몸을 숨기는 능력


투명인간처럼 몸을 숨기는 능력은? 한두 번은 재미로 사람을 골려주는 데 쓸지 몰라도, 어쩐지 결국 나쁜 일에 쓰게 될 것 같다. '기게스(Gyges)의 반지' 사고 실험은 이미 플라톤의 <국가>에 선천적으로 '정의로운' 시민이라는 개념을 반박하기 위해 처음 제시되었다. 플라톤은 (글라우콘의 대사를 통해)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이 힘을 손에 넣고도 나쁜 짓을 전혀 하지 않거나 남의 것에 손대지 않는 사람이 만에 하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천하의 바보 천치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몇 가지 능력을 떠올리고 보니, 마음에 드는 초능력이 없다. 영화 속에서 봤던 슈퍼 히어로들의 능력을 하나하나 떠올려 봐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싸워서 이겨야 할 악인이나 경쟁자가 없기 때문일까. 




사람을 웃게 하는 능력


문득 '사람을 웃게 하는 능력'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 넘게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으니 온 세상이 우울하다. 도처에 병에 걸리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때문에 자기도 옮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세상. 서로를 믿지 못하고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세상. 더구나 기후 위기로 홍수나 지진 등의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지럼 태우는 것처럼 기쁘지 않은데 강제로 웃게 만드는 능력이라면 사양하겠지만, 정말 즐거운 마음이 들어 웃게 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웃음을 주는 슈퍼 파워로 우울하고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 


삶의 거의 절반 정도를 타국에서 보냈다. 중국에 산 지도 벌써 16년째. 솔직히 한국 사회가 싫었다. 떠나고 싶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에 들어가 8개월 정도를 보내면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역시 안 되겠다’고 마음을 돌렸다. 이해나 화해, 소통이 불가능한 끝없는 싸움이 싫다. 의견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를 죽이고 싶도록 혐오하며 사는 모습들을 보니 내 삶도 따라서 무기력해졌다. 


웃음을 주는 초능력이 생긴다면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고 싶다. 서로를 혐오하고 조롱하는 비뚤어진 웃음 대신 기쁨에 충만한 웃음을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행동에 따라 감정과 생각도 변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웃기 시작하면 기쁨과 화목, 사랑의 감정도 따라 커지겠지.  


세상에 정말 필요한 건 돈도, 명예도, 파워도 아닌 웃음이 아닐까. 

그런데 웃음을 주는 슈퍼 히어로의 이름은 뭐가 좋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이게 마냥 부럽다면 너는 멀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