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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r 26. 2022

슬픈 정서를 뒤집어준 선물!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를 잃어버려도 괜찮아> - 노자 (옮긴이 - 바이즈)

며칠 전 생일이라고 떠들썩하게 피드에 올리며 축하해 달라고 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생일은 기쁜 날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의 기일처럼 애도의 날이었을 뿐. 



생일에 올렸던 인스타그램 피드



"하지만 언제부턴가 더 이상 생일을 기쁜 마음으로 맞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 남자와 여자가 더 이상 서로를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날부터였으리라. 그럼에도 뜨거운 불처럼, 끝없이 흔들리는 바람처럼 세상에 왔던 그날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어 생일이 되면 생일을 떠나보내는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중



그런데 뜻밖에 귀한 선물을 받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다시 기뻐해도 될까.



중국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한글로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작가로서 중국에 산다는 건 '저주'에 가깝다. 작년에 <여백을 채우는 사랑>이 나왔을 때도, 올해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가 나와도 한국에 가볼 수 없다. 때로는 나와 관계없는 '혐중' 정서의 말도 들려온다.



이런 슬프고 무력한 정서를 뒤집어주는 선물이 배달되었다. 중국의 다른 곳에 머물고 있는 바이즈 작가님의 친필 편지가 담긴 저서, 그것도 딱 한 권 남은 책을.


바이즈 작가님의 친필 편지



사람들은 사랑받음과 비난받음,
이 두 가지에 모두 놀란 듯해.
'나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비난' 이렇게 말이야.


사랑을 받는 것도, 비난을 받는 것도, 오로지 '나'라는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러한 타이의 평판에 일희일비한다는 것이야.

노자 (바이즈) <나를 잃어버려도 괜찮아> 중



성격검사를 하면 'vulnerable'이라는 단어가 꼭 나온다. 상처받기 쉽고 깨지기 쉬운. 그런 바스러지기 쉬운 마음 덕에 글을 쓰기도 하겠지만, 책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는 바로 그 마음이 걸림돌이 된다. 기뻐해야 할 시기에 날마다 울고 있던 내게 바이즈 작가님이 건넨 메시지는 


나를 잃어버려도 괜찮아.



에고가 없어져도 괜찮아.
수레바퀴는 큰 원통에 바퀴살 30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퀴는 그 공간으로 인해서 사용할 수 있게 돼.
그릇은 그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릇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방 역시도 텅 빈 공간으로 방을 사용할 수 있게 돼.

그러니까,
'없음이 바로 있음의 쓰임'을 만들어 낸다는 거야.

그러니,
괜찮아.
걱정하지 마.


노자 (바이즈) <나를 잃어버려도 괜찮아> 중


노자 (바이즈) <나를 잃어버려도 괜찮아>


5천여 글자의 '도덕경'을 번역하는데 4년의 시간을 보냈다는 바이즈 작가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용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궁구하며 보낸 4년의 세월. 4년여의 세월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는 작가님의 마음에 십분 공감한다.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가 나오는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2012년 2월에 8번째 소설이자 첫 번째 중편 소설을 썼다. (등단하지 못해 읽히지 못한 채 내 노트북 안에 갇혀 있는 소설들.) 그 소설에서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면서 트라우마와 갈등을 해결한다. 그 소설의 장면마다 컬러를 부여했고, 그 컬러에 맞는 정서와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그 소설에 들어갔던 8가지 컬러가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의 8가지 컬러다. (노랑, 초록 등이 없는 건 그 때문.) 그때, 컬러 별로 책을 정리해 독서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메모해 두었고, 꼭 10년 만에 그 메모는 현실이 되었다.



어떤 일은 그렇게 오래 걸리기도 하는데, 이제는 안다. 그만큼의 시간이 꼭 필요했다는 걸. 바이즈 작가님이 '도덕경'과 함께 했을 4년여의 세월. 이 책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그 세월을 가만히 만져보고 싶다.




바이즈 작가님,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gosoaehr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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