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BKPW(북경한국여성전문인회)가 생긴 건 오래전인데,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건 최근에 와서다. 마침 10년 만에 북경총한국학생회연합 회장이 여학생이 뽑혔다고 해서 양쪽 임원진이 만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한 학생이 "한국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너무 왜곡된 것 같아요."라고 입을 뗐다. 그나마 해외에 나와 있는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갈등이 별로 없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너 그 단어 쓰면 큰일 나!"하고 지적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득 얼마 전에야 읽은 이 책이 떠올랐다. #맨스플레인 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책 (리베카 솔닛이 이 단어를 직접 만들지는 않았다)
리베카 솔닛이 작가라는 걸 안 한 남자가 최근에 읽은 책을 인용하며 솔닛에게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솔닛의 말을 계속 끊으면서.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이라고요.
보다 못한 솔닛의 친구가 네 번이나 거듭 말하고야, 남자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정작 그는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신문에 난 서평 기사를 읽은 것뿐이었다.
남자들은 아직도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그리고 내가 알고 그들은 모르는 일에 대해서 내게 잘못된 설명을 늘어놓은 데 대해 사과한 남자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물론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는 않다. 내 주위에도 여성을 존중하는 걸 넘어 여성의 권위 향상을 위해 애쓰는 남자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지는 않은데, 맨스플레인이든 혐오나 폭력이든 '모든 여자가 다 겪는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여성 혐오자나 강간범은 아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요점은 모든 여자는 다 그런 남자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제니 추)
#여자들은다겪는다 여자들이 겪는 일에 화내는 남자보다 이 해시태그에 화내는 남자를 더 많이 봤으니까.
#여자들은다겪는다 여자가 남자에게 너무 친절하면 '꼬드긴 게' 되고 너무 무례하면 폭력을 감수해야 하니까. 어느 쪽이든 여자만 나쁜 년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페미니즘'이 뭐길래 말도 꺼내기 무서워해야 하는 걸까. 책 속에 인용된 마리 시어의 말처럼 페미니즘은 그저 "여자도 사람이라는" 개념일 뿐이다.
얼마 전 읽은 뇌과학 책에 의하면 희망이 있다. 물론 '집단순응사고'에 의해 온건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점점 극단주의자에 순응하며 극단적인 관점에 휘말린 고도로 양극화된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더 큰 집단의 일부임을 계속 상기한다면 바로 그 양극화된 정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우리 모두는 남자나 여자이기 이전에 같은 인간이니까. 그 점을 지겹도록 계속 상기하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