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왜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사서 먹어요?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매주 10권씩 22주째 책 나눔을 한 후, 220권의 책 중 두 권을 받은 이가 고맙다고 커피 한 잔을 사고 싶다고 한 자리였다.
어쩌다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났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다 돌아왔다. (물론 그분은 나를 위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말을 전한 것뿐이다.)
평생 '미운 오리 새끼'의 정체성을 안고 살아왔지만, 남들에게 부정당하는 건 여전히 아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나와 달리, 룰루 밀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 놀랍도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교향곡을 작곡했고, 수많은 색실을 사용해 커다란 태피스트리를 정교하게 짜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저자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그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작품을...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칭찬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욕을 먹는다 해도 사실 슬퍼할 일은 아니다. 인세로 번 돈을 집에 가지 못하는 유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몸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발레 수업을 지원하고, 읽은 책을 무료로 나누는 건 다수를 겨냥한 게 아니었다. 아주 소수지만 그 일로 누군가는 나눔을 결심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할 거라 믿었을 뿐...
내게도 암울한 유학 시절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이혼으로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호기롭게 방송국을 그만뒀지만, 금세 빈털터리가 된 나는 옛 동료나 친구들 중 누구와도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낯선 타국에 홀로 버려진 고아 같았다. 그때 정말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손을 내밀어 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그때 했던 수많은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않았을 텐데. 그저 그런 마음이었다.
실제 의도나 진심과는 관계없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게 이름을 붙이고, 내 주위에 경계선을 긋고 그걸 넘어갔다고 비난을 퍼부을 수 있다. 언제까지 그럴 때마다 울고만 있을 건가. '미운 오리 새끼'가 자라서 백조가 되지는 못해도, '미운 어른 오리' 정도로는 자라야 하지 않을까.
우선 단단한 어른이 되자, 미운 오리든 백조든!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