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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Apr 19. 2022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는 정말 서로 시기하며 싸웠을까

<마르타의 일> - 박서련

경아 자살한 거 아닙니다. 제가 압니다. 범인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읽게 되는 자매 이야기.

(줄거리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Instagram: @sohee_writer)


"당시 문화에서 여자가 남자들처럼 가르침을 받는 것은 금기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여자는 정식으로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조선 시대와 다를 게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예수의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의 발치에 앉아 가르침을 듣고 있었단 말입니다. 그걸 보기 거슬려한 쪽은 언니 마르다였을까요, 제자들을 비롯한 다른 남자들이었을까요?"

...

"마르다는 아마도 남자들의 눈총을 받는 마리아가 안쓰럽고 불안해서 부엌으로 피하게 하고 싶었겠지요.(...) 너의 일도 귀하지만 마리아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가르침을 받는 일은 아주 좋은 것이다. 누구도 이 일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서 마리아를 노려보았을 남자들 누구라도."

박서련 <마르타의 일> 중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 거라고 가정한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때로는 마리아에 감정 이입하며 우쭐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마르다의 신발을 신고 분개하기도 했다. 갈등이 전혀 없는 자매 관계는 없겠지만, 미움으로 똘똘 뭉친 자매 이야기는 사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잠시 상처받았다 해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고 손을 내밀고 싶은 게 자매 사이가 아닐까.


익명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마르타도 될 수 없었다. 나로 말하자면 신앙은 고사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조차 거의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르타였다. 경아가 마리아라면 나는 마르타가 되어야 했다.

그다지도 그 애를 사랑했다.

박서련 <마르타의 일> 중



죽기 직전 보내온 동생의 문자에 "무슨 상관이야, 너나 잘해"라는 답을 보냈던 언니의 이 고백은 그래서 더 뭉클하다.


서로 사랑함에도 으르렁대는 관계들이 있다. 엄마와 딸, 자매들처럼 여자들 관계만 그런 것도 아니다. 겨우 13개월 차이 나는 연년생 아들들을 봐도 서로에 대한 시기심에 사로잡히는 미묘한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진심은 그게 아니면서 쌀쌀하게 나가는 말들... 끝내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 일관한 순간들...


표현하지 못한 사랑은 결국 깊이 후회하고 말 걸 알면서도...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Instagram: @sohee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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