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없는 불행> - 페터 한트케
“운명에 체념한다는 것은 극단적이고도 슬픈 폭력을 생각나게 했다.”
<소망 없는 불행> - 페터 한트케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에 아이를 하루빨리 갖고 싶었다. 오래도록 실패한 후, 도대체 왜 이렇게 임신이 안 되는지 알아보려고 산부인과를 찾았다.
임신이 되었는데 이미 유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유산 한 번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되면 영영 불임이 될지도 모르니 당장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의사의 말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오히려 담담했던 것 같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기에. 며칠 째 생리 중인 줄 알고 흘렸던 피가 사실은 유산으로 인한 하혈이었다니.
엄마가 눈치 채지도 못했을 때, 이미 엄마 뱃속에서 밀려나고 있던 아기에게 ‘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방안에 누워 ‘소망’을 붙들고 기도했다. 그때의 그 ‘소망’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서 이젠 제 엄마보다 키가 크다.
어머니의 자살이든…(‘소망 없는 불행’)
첫 번째 부인과 결별한 후 파리와 독일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남자로서 딸아이를 키우는 고통이든… (‘아이 이야기’)
누구에게나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불행이 찾아온다.
운명에 체념하는 대신 ‘소망’의 아주 작은 씨앗이라도 붙들 수 있다면….
(윤소희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