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읽은 지는 좀 되었는데, 밑줄 친 문장을 필사하며 정리한 건 한참 후였다. '마지막'이 진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일렁였기 때문이다.
이보게, 사람들이 죽을 때는 진실을 얘기할 것 같지?
아니라네. 유언은 다 거짓말이야.
선생님은 이렇게 웃으며 말했지만, 남은 나는 남아 있는 문장들을 자꾸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게 된다. 아, 이런 이야기는 더 나누고 싶다, 하는 지점도 있지만, 정말 마지막이니까 질문을 풀어가는 건 남은 자의 몫이다.
성경에서 '돌아온 탕자'이야기를 읽고, 탕자에게 타임머신을 준다면 집 나가기 직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인가? 만약 내가 탕자라면 다시 돌아간대도 결국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걸 뼈저리게 체험했지만, 집을 나가 보지 않았다면 '깨달은 탕자'는 없을 테니... 집을 나간 경험만큼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내게도 인생 전체를 바꿀 만큼 어리석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지만, 과거로 다시 돌아간대도 결국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바로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니까.
그렇게 제 몸을 던져 깨달아야, 잘났거나 못났거나 진짜 자기가 되는 거지.
과거의 어리석은 선택들을 후회하고 부끄러워했었다. 하지만 분명 그 덕분에 '진짜 자기'를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덤으로 그 누구의 이야기와도 다른 나만의 '스토리'를 얻었다. 책에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리석은 선택으로 고생해본 경험이 내 삶을 부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준 셈이다.
혹시 어떤 일로 후회하고 있거나 지금 '개고생' 중이라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금 나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내 삶은 지금 멋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지금 삶의 '럭셔리'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