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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18. 2022

미친 짓이야, 그럼에도 계속할게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인스타그램 @sohee_writer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외지인밖에 없어. 삼춘이라고 일단 부르면, 설령 그다음에 제주 말을 못한다 해도 섬에서 오래 산 사람인가 싶어 경계를 덜 하게 되지.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티브이를 거의 보지 않는데, 최근 남편과 함께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고 있다. 요즘처럼 제주 방언을 자주 접한 적이 없을 것이다. 제주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외지인뿐이고 '삼춘'이라고 부른다. 사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알았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일단 나는 계속하고 있을게. 내가 문제를 해결하든, 절반 정도만 해결하든, 마침내 실패하고 돌아오든 그녀는 장비들을 세팅하고, 현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놓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


"2014년 6월에 이 책의 첫 두 페이지를 썼다. 2018년 세밑에야 그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칠 년이라고 해야 할지 삼 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7 년을 소설과 묶인 채 사력을 다해 쓸 수밖에 없던 건, 소재가 작가를 붙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은 미친 짓이야, 라고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는 인선이 아니고, 이런 눈에 익숙하기는커녕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하나 남은 성냥을 그었지만 불이 붙지 않는다. 다시 내리치자 이번에는 성냥개비가 꺾여버린다. 그럼에도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폭력으로 죽은 이들을 살려낼 수는 없지만, 작가처럼 '미친 짓'을 '계속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 죽음은 계속 살아있을 수 있다.

그렇게 절대 작별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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