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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May 30. 2022

나는 이제 자유다! 더 이상 병신이 아니다!

베이징 준 봉쇄 기간 동안 일어난 일

베이징이 '준 봉쇄 상태'가 되면서 아이들 수업은 온라인으로 바뀌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카페와 식당, 헬스장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하루종일 집안에 처박혀 있는 내게 남편이 아침에 함께 달리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새벽마다 남편을 따라 나가기 시작한 지 2주.

오늘 처음으로 5.6킬로미터를 달렸다. 단 한 번도 걷지 않고. 


보통 사람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내게는 기적이다. 오늘 비로소 '병신'이라는 딱지를 내 손으로 떼었다.


6년 전 허리디스크로 두어 달 꼼짝없이 누어 지낸 적이 있다. 화장실에 한 번 갈 때마다 통증 때문에 울었고, 속옷을 혼자 갈아입을 수 없어 아들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가족에게 짐만 되는 내가 싫어 창문만 보면 뛰어내리고 싶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뛰어내릴 수도 없으면서. 그때 스스로에게 '병신'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허리가 제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속옷도 혼자 못 입는 모자라는 행동뿐이니 '병신'의 사전적 정의*에도 딱 맞아떨어졌다.


양의와 중의 치료, 약, 필라테스 등 여러 도움으로 이제 정상인과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절대 다시 할 수 없다고 여긴 일이 있었다. 바로 달리기.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걷기는 권하지만 달리기는 말리는 게 보통이다. 코어가 약하고 하체 균형이 틀어져 있어 무릎, 고관절 등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이 내게는 '나는 영원히 다시 뛸 수 없다'로 들렸다.


남편과 함께 아침에 운동을 나가기 시작하면서도 내가 달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지난 2주간도 나는 주로 걸었고, 가끔 달리는 척했을 뿐이다. 오늘 아침 몸이 가볍게 느껴지면서 문득 '한번 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힘들면 언제든 멈추면 돼'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수도 없이 멈추고 걸었을 모든 구간을 무사히 넘겼다. 기록을 보니 5.6킬로미터를 35분에 달렸다. 8년 전 베이징에 오기 직전 10킬로미터를 60분에 달리던 몸이었으니, 절반은 회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틀어진 하체로 무리해서 달릴 생각은 없다. 앞으로도 달리기보다는 걷기를 주로 하며 건강을 다져갈 것이다. 다만 오늘 5.6킬로미터를 달린 건 '마음의 벽' 하나를 깼다는 의미를 가진다. '영원히 다시는 달릴 수 없다'는 '마음의 벽.' 나는 이제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달리지 않고 걷는 건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선택이니까.


나는 이제 자유다. 더 이상 '병신'이 아니다.

다음 내가 깨어야 할 '마음의 벽'은 무엇일까.




병신*- 명사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기형이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 또는 그런 사람.  

예> 그 애는 태어날 때부터 병신이었어.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주로 남을 욕할 때에 쓴다.  

예> 그런 것도 못하면 병신이다.


    어느 부분을 갖추지 못한 물건.  

예> 장갑은 한 짝을 잃어버리면 병신이 되고 만다.



남편이 재택근무하게 되어 좋은 점_아침에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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