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인이 없는 편지> - 김슬기
거의 반년만에 내게 도착한 편지와 책.
김슬기 작가의 손편지와 <수신인이 없는 편지>
2월에 보낸 소포는 함께 보낸 해남의 바닷물과 흙 조금이 문제가 되어 반송되었다.
반송 사실을 알고 4월 2일 다시 쓴 편지와 소포가 오늘 (6월 8일)에야 내 손에 들어왔다.
받는 사람도 보낸 사람도 눈물이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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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어 다시 땅끝에 왔다. 바다를 향해 '야호'를 외치는 대신 속삭여 본다. 오래전 이곳에 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상처와 얼룩이 있지만, 지우고 싶지 않다고. 대신 그것들을 껴안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윤소희 <여백을 채우는 사랑> 중 '땅끝' 일부
"친구와 친척들의 말을 무시한 채 동생이 목을 맸던 자리 밑에 누워 잠에 든다. 문득 보고 싶은 날에는 유령이라도 찾아와 주면 좋겠다고, 꿈에 찾아오길 바라며 여전히 이곳에 머무르며 기억하고 추억한다."
김슬기 <수신인이 없는 편지> 중
얼마 전 작가님과 같은 마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곳에 섰을 때 알 수 있었습니다. 껴안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걸. 작가님께 보내려 했던 그곳의 물과 흙은 멀리 고향을 그리워할 마음의 안부이기도 했지만, 작가님이 걸었던 길을 뒤따르는 후배의 감사이기도 했어요.
긴 손편지에 담긴 질문들에 대한 답장을 보내려면 다시 반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천천히 읽고 답을 쓰려고 한다. 수백만 독자를 울린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최소한 한 사람에게는 앞서 걸으며 발자국을 내어 주는 그런 작가는 된 것 같다. 위로의 말은 찾지 못했지만, 그저 묵묵히 반 발자국 앞서 걸어가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