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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Jun 28. 2022

2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엄마,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세요

2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1년에 두 번 한국에 다녀갈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변화가 2년 정도 쌓이니 가슴 철렁하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새 7,8킬로나 빠져 앙상해진 시어머니의 팔다리와 이제 모자 없이는 외출도 못 한다는 엄마의 휑한 정수리. 시간은 야금야금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두 어머니 모두 사진 찍는 걸 싫어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담아 놓고 싶었다.  마침 베이징은 향후 5년간 철저한 방역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고, 나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른다.



깜짝 방문에 기뻐하는 부모님




지난 2년 간 출간된 책들에 밀린 사인을 했다. 애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뚝뚝한 딸이 그냥 '엄마'라고 쓰지 않고 '예쁜 우리 엄마' '사랑하는 엄마'라고 썼다. 


엄마! 
어머니! 


다른 말은 필요 없고 어리광 부리듯 불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눈을 맞추고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 숱이 줄어도 여전히 예쁜 우리 엄마



다음에 만날 때는...

"잘 드시고 꼭 50킬로 넘는 모습 보여 주세요."

"매일 조금씩 걸어서 씩씩하게 잘 걷는 모습 보여 주세요."





보이지 않을 때까지 힘차게 손을 흔들며 쓸쓸하게 웃는 엄마, 

하루 이틀 방문만으로도 힘에 부쳐 한동안 누워 지내실 어머니.


두 어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길 위에 섰다.

새벽에 두 손을 모으는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진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한국 간 항공편이 많이 줄었고, 여전히 중국 입국 후 3주 시설 격리 등이 남아 있어 한국 방문이 예전보다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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