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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희 Sep 21. 2022

중국에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끔찍한 중국의 해외 입국자 격리

어머니가 위중하셔서 급히 한국에 다녀왔다. 해외 입국자 격리가 3주에서 10일로 줄었음에 감사하며, 변기/하수구 냄새, 자정부터 시작해 새벽 4시까지 진행하는 PCR, 환경 검사라는 이름으로 방안에 들어와 캐리어 속까지 뒤지는 것 등을  견디며 열흘을 버텼다.  20일 오후 1시 격리 해제 약속에 맞춰 차를 부르고, 비행기나 호텔을 예약했다. 누군가는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고, 누군가는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21일인 지금까지 모든 게 불투명하다.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나갈 수 없으니 무조건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된다.


격리 7일 차 PCR 검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말을 들었다. 확진자는 병원에 실려가고 확진자와 같은 층, 위아래 층에서 격리하던 이들은 추가 격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정작 확진자가 나왔다던 X동에서 격리하던 사람들은 어젯밤 9시쯤 격리 해제되어 이곳을 나갔다. 원칙도 설명도 없으니 남은 사람들은 분노했다.


X동에서 격리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쪽 상황은 더 처참했다.


"... 들어갈 땐 둘이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저 혼자 나왔네요....

7일째 (17일) 검사에서 저희 아이가 의심된다고 들었고, 연 이틀 새벽 2시에 와서 검사를 하더니 19일 새벽 12시 30분쯤...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엄마인 저를 무너지게 했습니다.

아이를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2중 3중으로 꽁꽁 묶는 수준으로 안경 쓴 아이를 고글까지 씌우고 뒤에서 소독 총을 쏘면서 데리고 가더라고요. 앰뷸런스를 타고 가면서 '엄마 무서워' 하던 소리가 지금도 귀에 계속 울림으로 남아 있네요. 저는 그날 새벽부터 하루 종일 걱정으로 눈물만 줄줄 흐르더라고요.
...
병원으로 이송된 저희 아이는 첫날, 둘째 날 검사를 해 보더니 이상 없다,... 내일 퇴원은 하는데 격리 정책상 다른 시설에서 7일간 추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네요. 이틀 병원 비용은 2천 위안 정도 나올 거라면서..."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사실을 우리끼리 퍼즐 맞추듯 맞춰 보니, 이 많은 사람들이 갇히고 끌려가며 고통받는 이유가 잘못된 (미결정, 위양성) 검사 때문이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지옥 편 중


마침 격리 기간 중 벽돌책으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을 읽었다


20여 일간 부모 없이 지내고 있는 아이들이 묻는다.

"엄마, 언제 와?"

오늘은 꼭 갈게,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고통을 줄이려면 희망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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