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쓰는 자의 숙명
책을 나누는 것처럼 물질을 나누는 것도 나눔이다. 하지만 삶을 나눈다는 건 '나'를 나눈다는 것, 나의 연약함을 나눈다는 것, 곧 나의 상처를 나눈다는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처를 드러내는 이유는 혹시 듣는 사람들 중에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깊은 고통 중에 있을 때 나 역시 언제나 '나만 이래' '난 혼자야'라고 생각하며 아픔을 갑절로 늘리곤 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다양하고 풍성한 상처를 갖고 있어, 나눌 수 있는 자원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가진 것을 맘껏 나누지는 못한다. 내가 드러낼 수 있는 상처는 이미 어느 정도 소화해 낸 상처뿐인데, 치유된 상처는 아주 적고 아직 소화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처가 내 속에서 아우성친다. 그 상처마저 나눌 수 있을 때 위로와 도움 받을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거라는 걸 잘 알지만, 그런 풍성한 나눔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가끔은 허구 속에 숨는다. 그 허구의 벽돌 한 장 때문에 내 모든 진심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꿈을 꾸곤 한다. 차라리 침묵 속에 머물고 싶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나누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는다.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면, 또 써야 한다면... 말하고 써야겠지. 혹시라도 내 말과 글로 인해 살아날지 모르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