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극복 못 할 시차는 없다
남편과 처음 연애할 무렵 우리는 둘 다 올빼미족이었다. 자정 너머 퇴근해 그때부터 대화를 하다 보면 새벽녘에 겨우 잠들었다. 출근 시간 30분 전에 일어나 겨우 지각을 면했다. 아침 식사는 당연히 거르고 출근 후 모닝커피 한 잔으로 오전을 버텼다.
13개월 차 두 아들을 낳고 육아를 도맡게 되면서 리듬이 조금씩 바뀌었다. 육아와 가사의 틈새를 이용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12시간 넘는 비행 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 도착했다. 새벽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할 때까지 졸음이 쏟아지는 걸 잘 버틴 덕분에 6시간의 시차는 순조롭게 적응했다. 정작 말썽이 된 건 남편과 나 사이의 시차였다.
시칠리아에 와서도 평소처럼 저녁 8,9시만 되면 곯아떨어지는 나. 단 둘이 있는 숙소에서 내가 잠들어 버리면 홀로 남게 되는 남편. 자정을 좀 넘기면 결국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는 남편이 나를 깨운다.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난 나는 잠이 부족해 늦은 오후면 졸기 시작한다. 깔끔하게 이겨냈다고 여긴 시차 문제가 다시 제기된 것이다.
아그리젠토에서 남편과 해 질 녘 신전들의 계곡을 걷고, 오랜만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작열하던 태양이 사라진 선선한 밤거리를 둘이 걷자 연애 시절처럼 마음이 들썩인다. 남편과 밤 데이트를 누릴 수 있었던 건 시에스타 덕분이었다.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시차는 없다. 상대를 위해 극복해 보려는 마음이 모자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