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워한 건 바로 그거, '눈길'이오
일레인 사이올리노는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있다면 걸음걸이부터 달라질걸요. 내가 미국에서 그리워한 게 바로 그거예요. ‘눈길’이오. 미국 여자들이 살찐 건 그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시라쿠사에서 두 밤을 머문 손바닥만 한 숙소에는 세탁기는 있지만, 빨래를 널 공간이 없다. 새벽에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는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신 창문을 열면 (물론 모기장이 없어 모기에게 뜯길 각오를 해야 하지만) 바다와 일출을 볼 수 있다. 숙소든 사람이든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멀리서 걸어오는 부부. 한눈에 한국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친 표정에 입이 잔뜩 나온 채 걷고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찰나 여자는 눈이 동그래지며 빠른 속도로 표정과 몸가짐을 정돈했다. 아마 그녀 눈에 비친 내 모습도 거울처럼 비슷했겠지. 일부러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세계의 끝을 간다 해도 한국인이 경험하는 시선은 인정과 경탄이 담긴 시선이 아니라 틀에 맞춰 겸열하는 시선일 뿐인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다.
어디서 왔니?
한국.
북쪽 아니면 남쪽?
서로를 정말 모른다는 걸 알려주는 질문과 답이 오간다. 나 역시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말을 할 때까지도 그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닌 줄 몰랐다.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가 인도에서 공부한 뒤 비자를 받지 못해, 석 달 전에 시라쿠사에 오게 된 것과 이곳에서 자신의 영어 실력이 점점 녹스는 걸 염려하고 있다는 걸 듣고 나서야 우리는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과 이탈리아에 사는 아프가니스탄인인 우리의 시선이 아주 잠시 포개진 곳은 '이방인'이라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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