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기에

by 윤소흔


고맙다



"오랜만이네."



너는 아무런 감정 없이 담백하게 말했다. 그런 너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냈어?"



어색하기 짝이 없는 내 질문에도 너는 그저 웃어주었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그 예쁜 미소로.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어린 날의 내 모습이 그려졌다.



너에게 난 어떤 존재였을까.
호기심은 가져볼 만한 존재였을까?
나의 행동, 표정, 말들과 습관들까지도,
네가 궁금해할 만한 그런 존재였을까?



그때의 난 너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너의 작은 행동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너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조각내서 재구성하여,
너의 습관과 취향, 하다못해 잠꼬대마저도 그렇게,
모든 것들은 궁금해했었다.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숨이 멎는 줄만 알았다.
후광이 비친다는 상태를 처음으로 겪었고,
눈에 뻔히 보이는 단점마저도 내게는 완벽함으로 다가왔다.
모두를 보며 미소 지어 보이던 네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는 그날 이후로부터 네 모든 순간을 축복했다.
평생 웃을 수 있는 날만 가득했으면 좋겠노라고.



누군가에 대해 진심을 가지고 빌어본 적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럴수록 넌 보란 듯이 더욱 예쁘게 미소 지어 보였고,
나는 그 미소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비록 네가 날 좋아하지 않았어도,
비록 내가 널 좋아하는 것을 알았어도,
나는 그 모든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너는 늘 멀리도 가지 않고, 그렇다고 다가와주지도 않은 채.
온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날 보며 웃어주었다.



네가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음에도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같은 하늘 아래, 너라는 존재를 만나고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너로 인해 내 세계는 새롭게 구축되어갔고,
처음으로 이상형이라는 고리타분한 개념에 대해서도 정의를 내리기 위해 애써보게 되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상형은 그냥 너 자체였다.
아무도 너를 대신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너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소중했고, 아름다웠다.
그런 네가 어디를 가던 그곳은 네 축복을 받아 아름답게 빛났기에,
나는 그 순간마저 나라는 침범으로 깨트리고 싶지 않았다.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늘 그랬듯이 웃어달라고.
그것만을 바랐다.



그래서였겠지.
졸업식 날이 유독 슬펐던 이유가.
나는 끝내 너에게 그 쉬운 사진 한 장 찍자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너와 나 사이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내가 너를 보며 온전히 뿜어댄 나의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 남아있는 온기를 느끼며 나는 너를 그렸으니까.



네게 처음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에도,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쳤을 때에도,
문득 생각난 너의 생일날에도,
나는 네가 그리웠다.



어쩌다 잊을만하면 꿈에 나타나 내게 보고 싶었다고 얘기해줄 때면,
나는 그저 속없이 너를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너는 내 곁을 스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을,
내가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런 너를 보고 싶은 마음 반,
보고 싶지 않은 마음 반.
그럼에도 남녀로 만나 사귀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 수많은 하루들.



그 속에서 네가 오래도록 살아 숨쉬었으면 한다.



그 시간들이야말로,
너를 온전히 사랑했던
나를 사랑한 소중한 시간들이었으니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네게.
나는 오늘도 감사하며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언제나 항상 웃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언제나처럼 난 네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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