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어느 과목 선생님이세요?

아마도 가장 많이 들었을 질문

by 윤소흔


"선생님은 어느 과목 선생님이세요?"


"다음에는 저도 선생님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요."


"친구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도 그 과목을 신청할걸 그랬나 봐요."




학생들을 처음 만나고 나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즈음, 슬슬 구별이 되기 시작했다. 누가 내게 배우는 학생이고, 누가 내게 배우지 않는 학생인지.



비록 마스크로 인해 늦게 외우다 보니 반도, 이름도 전부 외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더듬더듬 학년을 구분하고, 어버버 하며 이름을 부르면서 애쓰던 와중 이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저 얘 친구예요! 선생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바로 내게 배우는 학생들의 친구들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인지 내적 친밀감을 한껏 뽐내며 다가왔다. 물론 나 또한 오다가다 스치듯 보았던 얼굴들이 있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반가워!"



복도를 지날 때에도, 급식지도를 할 때에도, 심지어 수업시간에 했던 활동을 게시하려 복도에 머무를 때에도 아이들의 인사는 계속되었다.




수업 내용을 발표하고 그 발표 자료를 모아 아무도 없던 복도에서 혼자 낑낑대며 게시하던 어느 날, 문득 처음 보는 학생이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내게 다가왔다.



"이건 뭐예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용을 읽던 학생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과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내용들이었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응, 이건 친구들이 선생님 수업 때 한 내용을 발표한 거예요. 재미있어 보이죠?"


"네. 진짜 신기하네요."


"선생님은 이런 수업들을 하거든."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벽에 자료를 붙이고 있자, 학생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 그러고는 이제는 익숙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어느 과목 선생님이세요?"



역시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질문이자, 뿌듯한 질문. 그 질문에 대해 나는 내 수업을 소개했고, 학생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선생님이 그 선생님이셨군요. 친구들이 얘기해 줘서 알고 있었어요. 저도 선생님 수업을 신청할 걸 그랬나 봐요."



지금의 수업이 재미없다며 아쉬워하던 학생은 이내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멀어지는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다양한 생각에 잠겼다.




지금의 학교는 예전과 다르게 수많은 선택이 생겼다. 학생들의 선택지가 늘은 만큼, 재밌는 수업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입시를 결코 무시할 수 없으니까. 입시와 관련한 과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나면, 남은 몇 개 안 되는 과목들 중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학생들은 재미있는 수업조차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다.



그런 슬픈 아이러니 속에서 내 수업이, 적어도 이 한 해만큼은 학생들에게 숨을 쉬게 해주는 수업이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하나로 새로운 수업을 창안하고 또다시 도전한다.



언젠가 학생들이 뒤를 돌아 학창 시절을 떠올렸을 때, 미친 듯이 죄이던 고등학생 시절에 조금이라도 웃음 지을 수 있었던,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그런 수업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 기억은 분명, 학생이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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