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다 찼나요?

다음에는 늦지 않게 올게요

by 윤소흔


"선생니임.."


"어떡해.. 진짜.."


"이번에도.. 인가요..?"


"응.. 다음에 와줘.."



아련하기 짝이 없는 서로를 향한 눈빛. 그 두 사람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학교 축제의 날이었다. 긴 시간 코로나로 인해 억눌려있던 학생들의 활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날. 그런 날 초보교사인 나는 다른 의미로 매우 바빴는데, 그 이유는 바로 동아리 부스 때문이었다.



학생 때는 마냥 즐거웠던 동아리 부스 운영이 교사가 되고 보니 문제에 문제를 가득 담은 폭탄 같은 업무였다. 안 되는 것은 왜 이리 많고,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활동은 또 왜 저리 많고, 불을 쓰는 활동은 또 왜 이토록 많은지. 간신히 골라낸 활동은 고등학교 1학년때 많이 해볼 법한 '비즈로 박테리오파지 만들기'였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포스터♡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동아리 포스터를 여기저기 붙이고, 다른 과학 실험 동아리보다 더 나아야 한다며 열을 올렸다. 첫 동아리 운영에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했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큰 걱정이 있었다.


손등에는 동아리 도장이 있었다. 8시 방향 반지 낀 손이 나다.


바로 이 부스에 친구들이 올 것인가. 에 걱정. 다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부스에는 가겠지만, 과학 동아리만 있는 부스 쪽에도 올까? 그런 걱정에 아이들은 부스 밖으로 나와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학생들로 가득 차버리게 되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의외로 박테리오파지 만들기를 즐거워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것을 들고 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았다.



"선생님!"


"선생님, 저희 왔어요!"



그리고 학생들로 미어터지던 그때, 항상 나를 보러 와주던 학생들이(앞선 글 중 보디가드 학생들이다.) 우르르 몰려서 왔다. 그리고 빠르게 살펴본 자리들은 애석하게도 가득 차, 학생들을 더 들여보낼 수가 없었다.



"이번 타임 인원이 다 찼어.. 다음번 타임 때 맞춰서 와줄래?"


"아.. 네! 그럴게요!"


아이들은 아쉬워했지만 이내 씩씩하게 대답하고 돌아갔다. 다음 타임 때 아이들 도와줘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한 타임의 예정 시간은 30분이었지만 생각보다 이르게 끝났다는 점이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기다리다가 결국 조금 더 일찍 다음 타임을 열었고, 그 덕에 다시 보디가드 친구들이 왔을 땐, 또다시 인원이 가득 찬 다음이었다.



"아악.."


"미안해.. 애들이 줄을 서 있어서.. 너희 자리를 빼줄 수가 없었어.."


"그럼 아예 여기서 기다릴게요! 선생님은 들어가 계세요. 복도는 추워요."



보디가드 아이들은 아쉬움을 내비치지도 않고 씩씩하게 문 앞에 서서 다음 타임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 번째 타임이 되어서야 간신히 모두 입장할 수 있었고, 나의 설명과 함께 차근차근 박테리오파지를 완성해 갔다. 커다란 손으로 작은 파지를 만들면서도 불평 없이, 열심히.




"선생님 저.."



머뭇거리던 한 학생의 뒤로 보디가드 친구들이 키득거렸다. 무슨 일이야? 내가 물으니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단다.


귀여워라ㅎㅎ


어색함이 잔뜩 묻은 얼굴로 사진을 찍고도 좋아서 활짝 웃는 아이였다. 3번을 오락가락하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좋다며 웃는, 이런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또 어디 있을까.




다소 엉망이었지만 성황리에 끝마친 부스를 정리하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다음번 부스를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들을 참고하고, 어떤 부분들을 개선시켜야 할지에 대해서.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선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자니, 얼렁뚱땅이어도 교사는 교사구나 싶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조금씩만 더 나아지면 됐지. 뭘. 그런 생각과 함께 박테리오파지를 주머니에 넣고 과학실을 나섰다.



딸깍-!



시끌벅적했던 과학실도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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