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많이 배웁니다

고민의 방향이 다른데요?

by 윤소흔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세 명이 만나면 그중에 반드시 한 명에게는 배울 것이 있다는 말.



나는 그 말이 항상 윗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그 한 명이 나, 막냉이가 될 줄은 몰랐으니까.




FM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 함께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이었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FM선생님의 입에서는 또 새로운 배울 것들이 쏟아져 나왔고, 나는 그것들을 받아 적으며 나름대로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오 맞아요. 저도 얼마 전에 애들 디벗 사진에 찍혔거든요."



몰래카메라에 대한 이야기 끝에 나온 나의 경험담. 크게 심각한 사진은 아니었으나 갑작스레 찍힌 사진에 꽤나 놀라고 당황했던 일이어서인지 곧바로 그때의 일이 튀어나왔다.



"필기를 적으라고 시간을 주었는데 제 뒷모습까지 찍었더라고요. 그래놓고 자랑을 하는데 너무 당황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당장 지우라고 했죠. 이렇게 하면 너 앞으로 선생님하고 지금처럼 못 지낸다고. 혼을 냈어요."


"네..?"


"에? 왜요?"




되돌아온 답이 너무도 어색한 물음표여서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FM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뭔가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셨다는 듯 동그란 눈을 깜박이던 FM선생님께서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뭔가 우리와는 다르지만요."


"달라요? 뭐가 달라요?"


"우리는 선생님처럼 인기가 많지 않거든요."


"에? 인기요? 이런 게 무슨 인기예요!"



내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방방거리자 FM선생님께서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셨다.



"어휴. 우리 같았으면 애들이 선생님? 하고 손으로 까딱이면서 비키라고 하죠. 같이 찍고 싶어서 애쓰지 않아요. 선생님이 사진에 나오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요."


"그게 뭐예요!"



심드렁하게 손을 까딱해 보이는 FM선생님의 표정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애들을 포섭하기도 바쁜데 혼을 낼 때 잘라내고 밀어내는 것을 고민하다뇨. 고민의 방향이 아예 다른데요. 그런 게 혼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시네요."


"아니, 놀리지 마세요, 선생님!"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자 FM선생님께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아까도 애들이 어느 과목 선생님이냐고 물을 때 뭐라고 답하신댔죠?"


"'통합과학이에요. 왜요? 혹시 무슨 문제 있어요?'라고 해요."


"거 봐요. 나 같았으면 '왜. 뭐.' 했을 텐데 진짜 말투부터 다르네요."



FM선생님께서는 키득거리시면서 혀를 내두르셨다. 그러고는 마지막 말씀을 덧붙이셨다.



"저도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선생님."




항상 나는 배우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나는 어렸고, 첫 해였고, 막냉이였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낯설고, 뚝딱거리는 게 너무도 당연했으니까.



그럼에도, 그런 내게도, 나만의 방법이라는 것은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것을 배운다고 말씀하시는 한참 위의 선배교사가 계실 줄은 더더욱 몰랐다.



아직은 어색하고 어렵지만, 그래도 차근히 나만의 방법을 다져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미래에 만나게 될 막내 선생님에게 'OO선생님'으로 불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과 함께 오늘도 나만의 방법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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