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주가 뭐예요?

양꼬치 집에서 선생님들과 데이트

by 윤소흔


부서에 자칭 학교아빠라 부르게 된 선생님이 계셨다. 사람과 대화, 그리고 술을 좋아하시는 유쾌하고 친절하신 분이었는데, 매일 아침 멀리서 출근하는 삐약이가 안쓰러우셨는지 첫날부터 망설임 없이 차를 태워주셨다.



부모님보다 살짝 어리신 연배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그 선생님을 따랐다. 선생님께서도 따님이 있으셔서인지 나를 학교딸이라며 살뜰히 챙겨주셨다.



그리고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치셨다.



"우리 한번 모여야죠? 다들 언제 시간 되시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처음에는 갸우뚱했다. 모인다니? 회식인가? 부서별 회식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누구누구 가시는 거지? 간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많은 물음표가 지나가는 동안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저마다의 답을 꺼내셨다.



일정이 있어서 못 가신다는 선생님부터, 선생님의 스케줄에 맞추겠다는 선생님까지. 저마다 다양하게 나오는 답에 나는 어쩌면 좋을까 고민했고, 마침내 나를 바라보시는 선생님의 눈동자에 나는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겠구나. 하고.



물론 당연히 강제성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선생님을 좋아해서 따르는 내게 있어 이 자리는 굳이 빠질 필요가 없는 자리이자, 기대감에 부푼 선생님의 눈동자에 대한 배려가 담긴 선택이었을 뿐이니까.




날짜가 정해진 뒤 아쉽게도 아이돌이신 부장님께서는 합석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다가오는 동안 부장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처음 듣는 낯선 단어가 나왔다.



"어디로 가기로 했어요?"


"양꼬치 집이래요. 선생님 댁에서 가까운 데에 있다고 하시던데요?"


"아, 거기 가시려는 거구나. 그럼 공부가주도 마시겠네요."


"공부가주요? 그게 뭐예요?"



공부? 공부가주? 그게 뭘까? 마신다는 거 보면 술인가? 처음 듣는 단어에 갸우뚱하자 부장님께서는 씩 웃으시면서 대답하셨다.



"가서 마셔보면 알 거예요."라고.




그렇게 가게 된 음식점에서 내 눈앞에 놓인 수많은 양꼬치와 음식들, 그리고 상큼한 향이 나는 작은 술. 그것이 바로 공부가주였다,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혀만 살짝 대봐요."



학교아빠 선생님께서는 신기하게 술을 바라보는 내게 말씀하셨다. 그러고는 각종 음식들을 내 앞에 놓아주시면서 분위기를 띄워주셨다.



음식이 비워지고, 술이 줄어들고, 쉬지 않고 대화가 이어졌다. 선생님들께서는 내 상태를 살펴주시면서 계속 음식을 먹이셨고, 덕분에 나는 배가 통통해진 채로 K.O 되었다.



"왜 이렇게 조금 먹어요?"


"아니.. 저 헥헥.. 엄청 먹었어요.. 헥헥.."




쉬지 않고 먹으면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로 학교와 관련한 이야기였지만 중간마다 막냉이 걱정도 함께였다.



항상 무엇을 해도 걱정에 걱정이셨던 학교아빠 선생님. 그저 내가 잘 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시며 맛난 음식을 계속 갖다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는 정말 쉽게 느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교사로서의 상호작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마치 부모와 자식 같은 내리사랑이 섞인 상호작용은 막냉이이자 삐약이인 지금의 나만이 겪을 수 있는 시기라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는 생각.



그래서 더 맛있게 먹었다. 더 많이 먹고 또 웃었다. 학교아빠 선생님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지금의 나의 행복을 표현하기 위해.



시간이 지나 내가 새로운 막냉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얼마나 베풀 수 있을까. 확실한 건 내가 받았으니까, 받은 만큼의 마음의 크기는 되돌려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부지런히 시간이 흘러 늦은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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