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해야 공부를 잘하는구나

MBTI 공부하는 사람 처음 보시나요?

by 윤소흔


"저렇게 좋을까..?"


"재미있어요?"



이어폰을 뺄 때마다 이어지는 질문이 신기함을 가득 담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어폰을 꽂은 동안 들은 것이 바로 '수업'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정말 재미있어요!"




25여 년 전, 엄마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신비한 개념이 있었다. 바로 MBTI. 그것이 이렇게 20여 년이 지난 후 유행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단순히 사람의 유형을 나누는 것이 좋아서 엄마에게 묻고 또 물으며 입으로, 눈으로, 귀로 외웠던 개념들이었다.



그리고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된 후, 내가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공부는 바로 MBTI 일반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다. 더 이상 단순히 엄마의 지식이 아닌 나의 지식으로써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찾아보니 원래는 오프라인으로 실시되던 수업이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되어버렸기에, 나는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가 시간만 흐르고, 코로나의 종식은 끝을 보이지 않아 결국 올해 온라인 수업을 듣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어폰으로 막힌 귀 대신 뻐끔거리는 선생님들의 입술모양이 나의 공부에 대한 궁금증을 담았다. 실실 웃으며 가끔 작게 박수를 치는 내가 신기하신 모양이었다.



"수업 듣고 있어요! 오늘 하루종일 들어야 하거든요."



그토록 오랜 시간 기다렸던 수업이어서였을까? 전공이 아닌 사람의 심리에 대한 공부는 내게 숨을 틔워주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충만한 행복. 그것은 아이들을 만나는 행복과는 또 다른, 정말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듯한 행복이었다.



"뭐 봐요? 어머나! 수업 중이시네! 아이고 미안해요!"


"으악, 괜찮아요! 그냥 편히 다니세요! 소리 꺼놨고, 제 뒤쪽은 그림으로 가려놔서 편히 다니셔도 안 보여요. 걱정 마세요!"



소리가 나도 괜찮다고, 오히려 제가 말을 할 때가 있어서 시끄러우실까 죄송하다고 하는 삐약이의 말에도 교무실 선생님들께서는 발소리를 죽이셨다. 감사한 배려 속에서 수업을 모두 바꾸고 자리에 앉아 하루종일 수업을 들으면서 자발적으로 발표를 하고, 역할극을 진행했다. 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나는 4시가 되어서도 내 수업은 멈추지 않았다.



"안 힘들어요?"



하루종일 이어지는 수업의 스케일에 교무실의 선생님들께서 걱정이 담긴 질문을 하셨다. 점심시간도 제대로 맞지 않아 허겁지겁 먹고 와서 계속 4시가 넘어갈 때까지 수업을 듣는 삐약이가 안쓰러우신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예전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공부였거든요. 수업을 들으니 살 것 같네요, 정말로요."


"어떻게 그렇게 즐거워하면서 들으시지?"


"그러니까요,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엇! 행복하죠! 진짜 재미있거든요!"



어떤 내용인지 조잘조잘 떠들며 다음 수업을 준비하자 선생님들께서는 빤히 나를 보시더니 한마디를 건네셨다.



"정말 저렇게 해야 공부를 잘하는구나."




그 말씀의 의미에는 대학 성적에 대한 부분이 담겨있었다. 내가 앉은자리의 양쪽 옆 선생님들과 함께 대학교 수석졸업이라 '수석라인'이라고 부르셨기 때문이었다. 수석졸업은 내게 큰 자랑이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 떠들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터라 나는 얼굴을 가리고 외쳤다.



"으아! 놀리지 마세요!"


"놀리는 거 아니에요. 진짜로 저렇게 공부를 좋아하면서 해야 수석 하는 거구나 싶어요."


"으어어.. 부끄러워요오.."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말하자 선생님께서는 씩 웃으시며 말을 이으셨다.



"그러라고 하는 말이에요."




그 말씀을 끝으로 모든 선생님들이 퇴근하셨고, 내 수업은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교무실 문을 잠그고 나와 먼 길을 퇴근해야 했지만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최대한 선생님들을 불편하게 해드리지 않으려 실험실이나 도서관 자습실을 이용해 수업을 듣다가 막바지에 결국 자리에서 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모든 공부의 과정을 살뜰히 살피고 이해하고 배려해 주신 교무실의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했다.



선생님들께서 주신 배려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소용돌이치는 곳이 생활안전부니까. 그럼에도 내게 주신 배려들에 삐약이는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배려를 가슴깊이 간직할 것이다.



언젠가 나처럼 공부를 바라는 후배교사가 걱정을 담은 채 노트북을 켤 때, 그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식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47065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