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선생님들과 피크닉을!

사실상 막냉이 고기 먹이기 대작전

by 윤소흔


"선생님은 뭘 가져올 거야?"


"느에?"



무슨 말씀인지 미처 알아듣지 못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우리 부서 어른 선생님께서 탁자에 놓인 종이를 가리키셨다. 종이를 읽어보니 뭔가 재미있는 걸 하시려는 듯 보였다.



생활안전부 피크닉이라니! 새삼 오랜만에 들어본 피크닉이라는 단어에 기분이 붕붕 떠올랐다.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이름 옆에 가지고 오실 수 있는 목록들을 적으셨고, 자연스레 가장 집이 먼 막냉이는 가장 쉬운 쌈채소를 가지고 오게 되었다.



시험이 일찍 끝나고, 해가 쨍하게 비추던 날. 부서 선생님들은 각자 들고 오신 물품들을 꺼내어 학교 운동장 옆 벤치로 향하셨다. 룰루랄라 가벼운 걸음만큼이나 신이 났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타닥타닥! 숯에 불이 붙고, 그릴 위로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켜켜이 올라갔다. 자리 세팅을 마친 내가 도울 일이 없을까 기웃거리자, 부장님께서는 가까이 있으면 다칠 수도 있다며 손짓을 해 보이셨다.



"이리 와요. 와서 고기 먹어요."


"거기 서있지 말고 이리 와서 얼른 앉아요."



선생님들은 내게 와서 어서 앉으라 하셨다. 엉거주춤 앉은 내가 자꾸 머뭇거리니 먹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맛있게 먹을 것을 권유하셨고, 어른 선생님들께서 숟가락을 드신 후에야 나도 고기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어때요?"



불 앞에서 고기를 구우시던 부장님의 물음에 나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으악!! 진짜 맛있어용!!!"



숯불에 구운 고기는 원래도 맛있는데,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먹는 고기인데 어떻게 맛없을 수가 있을까! 내가 방방 뛰며 고기를 쉼 없이 먹어대자 선생님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각자의 속도대로 드셨다.



땀이 뻘뻘 나는 더위 속에서도 지침 없이 고기를 흡입하던 내가 정신을 차린 후에는 가지고 온 고기를 거의 다 구운 후였다. 남은 고기까지 모두 구워진 뒤 부장님은 그제야 집게를 놓으셨고, 나는 서둘러 일어나 부장님께서 드실 수 있게 자리를 마련했다.



"부장님 괜찮으세요..?"



조심히 앉아서 부장님을 보고 있자니 온몸이 땀에 절어진 모습에 죄송함이 올라왔다. 시무룩해진 막냉이를 보신 마음 착한 부장님은 괜찮다며 웃으셨지만 더위 먹으신 듯 얼마 드시지 못하셨다.



마음에 걸렸던 나는 집에 가는 길에 부장님께 감사함을 담은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부장님께서는 고기를 흡입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셨다며 잘 먹고 즐겨준 막냉이에 대한 감사를 표해주셨다.




시간이 흐르고 생각해 보니 그날의 피크닉은 사실상 막냉이인 나 때문이었다. 그곳에 참석하신 선생님들은 각자 엄청난 양의 짐을 다 들고 오시거나, 큰 비용의 고기를 가져오셨고, 땀을 흘리며 고기를 구워주셨다. 심지어 평소 별로 고기를 드시지 않는 선생님들까지도.



고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신나서 춤을 추는 막냉이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으셨던 것이었다. 양껏, 한껏 고기를 먹이고 싶으셨던 6명의 어미새 선생님들의 대작전이었다.



그날 배가 통통해진 채 집에 싱글벙글 가는 막냉이를 보시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다만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생각해 보았을 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첫 해의 행복을 가지고 있던 막냉이를 최대한 지켜주려 하셨다는 것이다.



또다시 새 학기를 앞둔 지금,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왜 그토록 나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하셨는지. 왜 학교가 좋다며 웃고 뛰어대는 나를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이셨는지.



새로운 학기인 만큼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다. 그것이 느껴진다. 마냥 꽃밭만이 아닌, 또 다른 각오가 생기고 한쪽 구석에는 없었던 걱정도 생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온전히 한 해, 행복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신 부서 선생님들께.



아직 작년의 이야기는 조금 더 남았기에, 올해 쌓이게 될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가져와 기록에 남길 것이다. 이 모든 행복을 하나하나 담아서, 또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 내게 보여주기 위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47065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