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생일날 길상사에 다녀왔다.
길상사는 내가 좋아하는 백석 시인과 기생 자야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고
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있는 곳이다.
다녀간 사람들의 방명록을 읽었다.
국가에 대한 염원을 비는 사람이 많았다.
나같이 박애주의 정신이 부족한 사람에게 놀라운 사실이었다.
취업, 대학 합격, 건강에 대한 소원이 대부분이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비슷하다.
책 한 권 분량이었는데 맨 마지막 한 장이 남아서 나도 한 장 썼다.
무엇이든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살기가 어렵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진짜 대대적으로 나의 물건들 정리를 할 예정이다.
쌓아만 두는 옷, 신발, 책, 가방 등 딱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정리할 예정이다.
눈이 내려 하얀 산사를 보니 내 마음도 정갈해지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앉아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하루 세 끼 먹고 입을 옷이 있고 비바람 피할 집만 있고 책 읽고 글만 쓸 수 있으면
나도 그렇게 원하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나의 헛된 욕망이 나를 이리도 힘들게 하는구나 싶다.
속세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는 또 길상사에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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