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저녁 먹고 산책했다.
내가 가보지 않는 곳이었다.
걷다가 내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했다.
한적하고 사람들도 별로 없고 강이지만 바다 느낌이 나는 그런 곳이었다.
너무 예뻐서 한참을 있었다.
여기를 나만의 아지트로 삼아야겠다.
난 이렇게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지도에 저장하고 자주 온다.
가만히 일렁이는 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도 차분해지고 잡념이 사라진다.
그것이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나의 걱정과 고민이 대자연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난 먼지가 되어 사라질 텐데…
그동안 행복해야지 이런 생각 많이 한다.
가끔 무리를 지어 지나가는 개미 떼를 본다.
그리고 중간중간 거미줄을 본다.
난 어릴 때 파브르 곤충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곤충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개미를 기르겠다고 엄마 몰래 통에 모래를 넣고 개미를 넣어서 기른 적도 있다.
거미집을 볼 때면 거미줄과 거미 몸통과 연결된 줄을 끊은 적도 많다.
거미는 거미줄을 만들고(벌레를 잡기 위해) 거미줄 중앙에서부터 자신의 몸까지 줄을 연결한다.
그리고 숨어서 잠복한다.
벌레가 거미줄에 잡혀서 도망가려고 발버둥 치면
거미는 자신의 몸에 연결된 줄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벌레가 잡혔음을 안다.
그리고 잡힌 벌레가 힘이 빠지면 먹으러 오는 것이다.
난 거미줄을 보면 거미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 수 있다.
거미를 골탕 먹이기 위해 그 줄을 끊어버리곤 했다.
지금은 그런 장난을 치지는 않는다.
개미도 거미도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나랑 벌레랑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생명체는 모두 동일하다.
한갓 미물인 나는 욕심이 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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