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니 어쩌면 찌질한 사람들의 히어로
한 명의 사람으로부터 6개의 장기를 각각 이식받은 박완서, 박지성, 김선녀, 허약선, 황기동, 서영춘은 이식 후에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심장을 이식받은 박완서는 사실 친구도 없고 혼자인 소녀입니다. 이런 딸을 과보호하는 태권도 도장 아빠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심장이식 후에 괴력의 소유자가 됩니다.
폐를 이식받은 박지성은 작가 지망생입니다. 같이 글을 쓰게 된 동료가 떠나고 혼자 마무리를 짓다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경력이 있습니다. 페를 이식받고 강풍을 날리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신장을 이식받은 김선녀는 요큐르트 배달 일을 합니다. 과거 우울증으로 자살한 이력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뭔지 모르다가 서로의 능력을 이동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간을 이식받은 허약선은 종교단체에서 시설물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각막을 이식받은 황기동은 전자기파를 보게 되고 손가락을 튀기면서 원하는 데로 동작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췌장을 이식받은 서영춘은 종교단체 지도자로서 다른 생물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노쇠한 그는 종교단체를 이끌어갈 힘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6개의 장기를 기증받은 6명은 모두 능력을 하나씩 가지게 됩니다. 박지성은 이런 사람들을 모읍니다. 능력을 가지기 전에 별 볼일 없던 사람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친구가 됩니다.
딸이 아버지 대신 종교단체를 이어 받을 궁리를 하던 서영춘은 다시 회춘하여 다시 종교단체 수장으로서 위엄을 과시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더욱 가중 시키기 위해 다른 장기이식자를 찾습니다.
원래 딸의 계획은 아버지를 없애고 자신이 수장이 될 계획이었지만 부하 의사의 배신으로 물거품이 됩니다. 서영춘은 허약선의 간과 황기동의 각막을 이식받고 완전히 젊어집니다. 나머지 장기도 이식받아 신이 될 계획을 세웁니다.
감당하지 못하는 능력은 재앙인가?
우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히어로가 되기를 꿈꾸는 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 중요한 인물이 된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큰 능력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이 별 볼일 없던 인물들은 점점 찌질한 모습에서 그럴듯한 히어로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자신의 힘이 얼마나 크고 막중한지를 알게 되면서 말입니다.
우리에겐 친근한 히어로가 필요하다.
언제나 올바르고 정의로운 히어로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럴까요? 우리처럼 유치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어설프기도 하지 않을까요? 가진 능력을 별 볼일 없는 일에 쓰기도 하고 서로 싸우고 상처 주기도 합니다. 아마 우리는 나와 비슷한 히어로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나에게 그런 힘을 가진다면 난 어떻게 행동할까? 궁금해하면서 말입니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그런 평범한 히어로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