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국정원 요원 도전기!

by 윤슬

어릴 때 내 꿈은 FBI 요원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 FBI 요원이 너무 멋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윈픽스라든지 X-FILE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자랐다. 물론 CIA 요원도 있지만 FBI 요원이 더 멋있었다. 등에 FBI라고 로고가 박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은 나에게 선망의 그 자체였다. 무슨 일이 생길 때 요원 배지를 착하고 내미는 것은 요즘 말로 완전 멋있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어떡하면 그 비슷한 일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나에게 들어온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국정원이었다. 학창시절 저길 어떻게 들어가나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의 이런 진지한 고민에 주위의 반응은 뚱딴지같다는 반응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시간은 흘러흘러 대입을 치르고 무시무시한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다른 취준생들과 마찬가지로 토익을 준비하고 자소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국정원 특채 원서가 2장 우리 과에 배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면 깊이 잠자고 있던 꿈이 튀어나와 나를 마구마구 자극하기 시작했다. 국정원에 갈 수 있다고? 흥분에 휩싸였다. 일단 문제는 특채 원서 2장을 누가 가지는냐 였다. 나 말고도 지원자가 많아서 원서를 받은 교수님이 난감해 하셨다.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원서를 못 받으면 어쩌지? 정말 가고 싶은데... 원서를 받으려는 학생들이 모여 의견을 나눴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결국 가장 공정한 성적순으로 나누기로 했다.


사실 나의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상위권이기 했다. 하지만 내 앞에 2명 이상은 있었기에 불안불안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내 앞에 많은 수가 대학원 간다고 빠졌고 아슬아슬하게 원서 한 장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입사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정원 특성상 거의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 있었다. 채용담당자에게 질문을 남겨도 보안상 알려드릴 수가 없다는 내용뿐이었다. 나의 전공시험과 국사를 공부하고 서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공은 그런대로 풀었는데 국사가 문제였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원만한 고시 문제보다 어려웠다. 게다가 국사 논술 문제는 도저히 어떡해 손을 데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어떻게 써야 내가 뽑히려나 이런 고민만 하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나왔다.


결과는 보기 좋게 낙방이었다. 합격하면 일 년간 군사훈련을 해야 되고 새로운 신분증이 나온다는 등 여러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들었다. 그래도 시험장에서 본 국정원 신분증을 매단 직원들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국정원 합격했지만 가지 않았다는 사람도 봤고 회사 선배 친구분은 근무하고 계시기도 했다.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옛날 가기 위해 애쓰던 내가 떠오른다. 가끔 사람들끼리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난 항상 대답한다 ‘전 국정원 가서 남들 도청하는 거요. 내 적성에 딱인 것 같아요!’


영화 ‘타인의 삶’을 보면 도청하는 비밀 요원이 나온다. 보면서 타인의 삶에 감정이입되는 요원의 모습에 저럴 수가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만약 그때 국정원에 합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모토가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으려나?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오늘도 요원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과거를 떠올린다. 나도 멋진 요원이 되었겠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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