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lone.

by 윤슬

I am alone.



월터가 산을 혼자 올라간다. 숀을 찾아서... 가족도 친구도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휴대폰밖에 찾을 수가 없다. 흙, 돌, 바람, 태양만이 존재한다. 물아일체! 월터가 느낀 것은 아마 그것일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물아일체라는 단어를 들어는 보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몇 년 전 봄 어느 날 제주도 올레길에서 나는 느꼈다. 올레 10길을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일렁이는 바다, 이제 막 자라나는 싱싱한 들꽃, 내 뺨을 간질거리는 바람만 있었다. 오고 가는 행인마저 뚝 끊어지고 제주도에 아니 온 우주에 나만 남겨진 것 같았다. 난 한낮 미물에 불과하고 이런 나의 고민은 별것 아니라 여겨졌다. 내가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잡초 같다 여겨졌다. 잡초에게 무슨 고민이 있으며 큰 사명이 있을까? 그냥 왔다가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나를 따사로운 4월의 봄 햇살만이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고 있었다. 봄 햇살 때문이었을까? 나는 전혀 외롭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충만함을 느꼈다. I am alone! 혼자라는 것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전 내내 걷다가 식사를 하러 고깃집에 들어갔다. 2인분 이상 주문해야 된다는 주인의 말에 2인분을 다 먹을지 된장찌개 같은 다른 식사류를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한 남성분이 나에게 손짓했다. 본인이 2인분 시켜 먹고 있다며 합석해서 1인분만 더 먹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나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같이 동석하여 고기를 1인분 더 추가해서 구워 먹었다. 걷는다고 배가 고파 체면이고 뭐고 정말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합석하신 분 첫마디가 생각보다 잘 드신다는 것이었다. 걷는다고 혼자 있다 보니 좀 심심하기도 했고 합석하신 분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했고 더군다나 고기를 먹어 힘이 나서 그런지 리액션도 열심히 하면서 들었다. 여행지에서 한번 보고 말 사이라서 의외로 진지하고 속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남성분은 일이 너무 힘들어 도망치듯 내려오셨다고 했다. 컨디션도 좋고 고기 먹자고 제안도 해주셨기에 최선을 다해 위로를 해드렸다. 삼겹살 앞에서 꽤나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난 아마 그때 고기가 고픈 게 아니라 사람이 고팠을 것이다.


나도 외롭긴 하다. 그렇지만 외롭다고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다. 시끌벅적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면 빈집의 적막함이 더욱 느껴진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공허함을 느낀다. 무엇이 되던 100프로 만족감을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필요하다.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둘이어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과 따로 때때로 같이 가 좋다. 남자는 동굴이 필요하다는데 여자지만 나 역시 나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못지않게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받아들인 자극을 곰곰이 생각하고 되뇌고 저장하는 시간 말이다. 남자친구랑 길게 여행 간 적이 있는데 둘이 있는 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혼자 있고 싶었다. 내가 커피숍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같이 가자는 말인 줄 알고 남자친구가 따라나섰다. 내가 정색을 하고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다. 화가 났냐며 말하라고 했지만 그냥 나는 혼자 있고 싶고 그러면 저절로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만 했다. 남자친구는 아무리 설명해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무척이나 섭섭해했다. 나도 미안했지만 혼자 커피숍에 갔다.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몇 시간을 홀로 있다 보니 격정적이던 내 마음도 누그러지고 남자친구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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