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생들의 방

[성균관유생들의 나날각색]

by 윤슬

*줄거리

조선 정조 집권기에 몰락한 남인 양반 가문의 딸 김윤희가 남장을 해서 성균관에 들어가서 생활하는 이야기. 주인공의 친가가 남인이고 외가가 노론이라 여기 치이고 저기 치여서 고립된 상황. 거기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남동생 김윤식을 가장해 과거에 응시했는데, 너무 고득점으로 합격해 버려서 왕의 눈에 띄어 성균관에 덜컥 입학해버렸다. 이후 좌충우돌하며 성균관에 적응해 나가고 조선 시대 F4 '잘금 4인방'이라는 잘난 남자들과 엮이며 이들과 우정 및 사랑을 나눈다.


*등장인물(잘금 4인방)

대물 김윤식(김윤희) : 쓰러져 가는 남인 집안의 여식. 병약한 동생 대신 과거를 치러 성균관에 들어온다.


가랑 이선준 : 노론 영수의 아들. 잘난 집안만큼이나 잘난 재능과 성품의 소유자.


걸오 문재신 : 소론의 명문가 자재. 성격이 불같고 선준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여림 구용하 : 멋 부리기 좋아하고 이리저리 잡기에 능하다.


*없는 신 추가했습니다.


동재 중이방. 걸오 재신이 옷을 헤쳐 풀고 너부러져 있다. 선준 중이방으로 들어온다


선준 (얼굴을 찌푸리며)같은 방 쓰는 학우끼리 예를 지키시오

재신 노론 영수아들 아닐까 봐 곱게 자란 티를 내는 구먼!

선준 그런 자네는 허구한 날 수업 빼먹기나 하고 그게 유생 된 도리요?

재신 그놈에 도리, 도리! 노론 놈들은 그 되지도 않은 이론 타령이나 하지 않나?

그 아비에 그 아들이로군

선준 내 부모를 욕되게 하지 마시게나

자네 부모도 이만큼 키웠을 때는 꽤나 바라는 바가 많았을 터인데...

재신 그럼 무엇 하겠나? 이놈의 세상은 노론 세상인데...

나 같은 소론 따위는 뭐 지방 한직이나 받으려나?


중이방으로 윤식과 용하가 들어선다. 두 사람의 사이의 냉기를 눈치챈다.


윤식 (둘의 눈치를 보며)형님들 또 다투셨습니까?

이번에도 또 싸우면 벌점 추가해서 무관들 마구간 청소시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용하 이 사람들 말똥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아는가?

아무리 씻어도 사흘은 간다우

내 폼에 살고 폼에 죽는 나로서는 안 될 말 일세

선준 선비 된 자로서 어찌 학우의 잘못을 보고 가만히 있겠는가?

재신 저 봐~ 저 봐~ 저렇게 사람이 앞뒤가 꽉 막혔다니깐

윤식 선준 형님 조정이 노론, 소론 한다고 여기까지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우리는 그러지 맙시다. 여기 남인은 기도 못 펴겠어요.

용하 자자~ 이보게들 그러지 말고 여기 이 서책이나 보시 게나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청나라에서 방금 들어온 춘화라네

이런 건 조선에 없다우

청나라에 다녀온 역관한테서 좀 전에 받은 건데...

윤식 형님은 참 발도 넓으십니다

이런 것 말고 다른 서책도 좀 구해다 주시면 안 될까요?

용하 아우는 참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군

이런 서책이야말로 참말로 진귀한 것이라고!

이 서책에 값이 얼마나 붙었는지 아는가?

재신 줘봐. 한번 보자고

용하 재신. 역시 자네는 이 서책의 진가를 알 것이라 예상했네

여기와 같이 보세나. 나도 아직 못 봤다네


재신 용하 옆으로 가서 같이 서책을 넘기며 본다.


용하 어떠한가?

재신 신기하군


윤식 둘에게 살며시 다가와서


윤식 형님들 저도 같이 봐도 될까요?

재신 점잔을 빼더니. 그래 궁금한가?

여기 와서 보게 나

윤식 (책을 보면서) 따라 그려 팔면 돈이 될 듯합니다

용하 (크게 웃으며)그런 용도로 들여온 거야

아우는 이재에도 밝구먼그래

윤식 들어오기 전에 책 필사를 해서 먹고살았습니다

재신 그래서 윤식 필체가 좋구나

난 처음에는 정갈하니 여인네 글씨체인 줄 알았다

윤식 (뜨끔하며)

용하 어이 선준 자네도 그렇게 점잔 빼지 말고

여기 와서 보게나

마음속으로는 보고 싶어 죽지 않는가?

이 책 그대로 그려서 팔면 다음날 한양에 쫘 퍼진다네

(속삭이며)도화서 화공도 그린다는 군

윤식 선준 형님도 와서 보십시오

용하 대감댁 마님들도 본다우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정대감네 별당아씨도 본다는군

재신 뭐? 그게 사실인가?

용하 내 전에 춘화책을 사 가는 몸종을 족쳐서 알아냈네그려

선준 큰일이군. 큰일이야

윤식 뭐가 큰일이란 말씀입니까?

선준 조선의 법도는 그게 아니란 말이지...

윤식 법도요? 춘화 보는 데 남녀 법도가 있습니까?

재신 그놈의 법도는...

용하 역관들이 다 부자인 이유가 있어

선준 진귀한 것들을 두고 가져온 것이 고작 춘화요?

내 정식 발령받으면 역관 비리부터 족쳐야겠소

재신 사람이 저리도 융통성이 없어서야 옆에 사람이 남아나겠소?

윤식 형님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보시오

선준 (헛기침하면)학우가 권하는 데 내 한번 봄세

재신 노론도 별 수 없구나

천하의 선준도 춘화 앞에서는 무너지는구나

선준 (얼굴이 빨개져서)노론은 사람이 아니요?

윤식 형님 여기로 오시오

용하 어서 오시게나


넷이 서책을 붙잡고 열심히 보고 있다. 중이방으로 걸어오는 성균관 사감. 중이방에 귀를 대고 꺄우뚱거린다.


사감 오늘은 어째 조용하지?

허구한 날 싸워대는 통에 정신이 없었는데...

그러게 왜 처음부터 노론과 소론을 같이 방에 배치해 가지고 서는...

조정도 저리 평안하면 얼마나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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