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뒤의 용서

[빨강머리앤-각색]

by 윤슬

*줄거리

남자아이를 원했지만 실수로 초록지붕집으로 오게 된 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하지만 성실한 아이로 자란다. 빨간 머리에 주근깨 콤플렉스가 있던 앤은 자기를 놀린 길버트를 용서하지 못한다. 위험에 빠진 앤을 길버트가 구해주면서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지만 앤은 용서하지 않는다. 둘은 공부에서 선의의 경쟁자가 되고 둘 다 교사자격증을 따고 대학교 입학도 눈앞에 두고 있다. 각자의 사정상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교사 생활을 하기로 하는데 길버트가 앤에게 자신의 집 근처 교사 자리를 양보한다.


집 앞 길을 걷는 앤. 멀리서 길버트가 걸어온다. 앤을 발견한 길버트 무시하며 지나친다.


저기 길버트

길버트 (돌아서며)

고마워. 이번에 에이번리 학교로 오게 해줘서

길버트 별거 아니야

아냐. 마닐라 아주머니께서 몸이 좀 편찮으셔

마닐라 아주머니 옆에 난 꼭 있어야 해.

그래서 집 근처 학교에 배정받는 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야

길버트 나도 들어서 알고 있어.

난 하숙을 하면서 화이트 샌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돼.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야.

진짜 고마워

길버트 그렇다면 앤 내가 옛날 널 놀린 일 용서할 수 있어?

난 너랑 진짜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


(과거 회상)

강 한가운데 다리 기둥에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앤. 노를 저어오는 길버트.


길버트 앤 여기서 뭐 해?

애들하고 연극하다 배에 물이 찼어

그래서 다리 위에 매달린 거고

강가까지 좀 데려다줄 수 있어?

길버트 그래. 춥지 않아? 여기 이 담요 덮어

(오들오들 떨면서 담요를 덮는다)


강가에 다다르자 서둘러 내리려는 앤. 그런 앤의 팔을 잡는 길버트.


길버트 저기 앤 저번에 내가 너 놀린 것 용서할 수 있어?

정말 미안해. 그만 화 풀고 우리 친구할래?

(고민하는...)

아니 절대 용서 못 해

길버트 (얼굴이 빨개져서)

됐어. 나도 너랑 더 이상 친구하자고 안 할 거야


거칠게 노를 저어가는 길버트.


(현재)

벌써 용서했어

그때 널 용서 안 한 것 두고두고 후회했어

진심이야

길버트 (앤 손을 잡으며)

정말? 우린 정말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지 않아?

앤 넌 대학은 어떻게 할 거야?

난 일단은 교사 생활하면서 병행하려고 해

대학 꼭 가고 싶어

나도 지금은 마닐라 아주머니 옆에 내가 있어야 되지만

어느 정도 정리되면 대학교 갈 거야

길버트 역시 앤 너도 그럴 줄 알았어

우리 서로 응원하면서 도와주자

길버트 옛날에 공부하다가 힘들 때면 앤은 잘하고 있겠지 이러면서 자극받고 했어

나도 너 의식해서 더 열심히 했어

너한테 이상하게 지기 싫더라고

너한테 미운 감정은 사라졌는데

다른 여자아이들에게는 상냥하고 나한테만 쌀쌀맞은 네가 섭섭했거든

그래서 더 독하게 했어

길버트 (웃으며) 내가 속이 좀 좁았지

앤 너한테 그렇게 거절당하고 엄청 자존심이 상했거든

일부러 보란 듯이 너 앞에서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잘해줬어

근데 넌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던데

아냐 그냥 아닌 척한 거야

내가 자존심이 얼마나 센데

그래도 네가 나에게 말 걸어주길 기다렸어

아마 네가 나에게 에이번리 학교를 양보하지 않았다면

우리 둘은 서로 자존심을 세우며 지금도 모른 척했겠지?

길버트 아마도... 이제라도 서로 진심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야

먼저 이렇게 손 내밀어 줘서 고마워

난 그러지 못했을 거야

속으로 후회만 하면서 말이야

그런 면에서 네가 나보다 나아. 진짜야

길버트 앤한테 인정받으니 기분 좋은데?

너에게 언제까지나 장난꾸러기로 기억되고 있는 것 아닌가 했거든

(웃으며) 장난꾸러기가 이렇게 멋지게 성장을 했지요

사실 우리 이야기 나눠 본 적은 없잖아?

이야기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괜찮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한 단면만 보고 오해하고 모질게 굴었구나 싶어

길버트 나도 도도한 아가씨에게 이런 면이 있으신 줄 몰랐어

언제나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신념이 있어 보이는 모습에 감탄할 때가 많았거든

나랑은 다른 존재 같았어

이렇게 수다 떨고 친구가 되어 나도 좋아

돌아 돌아 우린 결국 이렇게 만날 인연이었나 봐

길버트 내가 너랑 다이애나만큼 친해질 수 있는 거야?

둘이 붙어 다니는 것 보고 질투 좀 했어

다이애나는 나의 영혼의 단짝 친구야?

그렇다면 두 번째 단짝 친구를 만들까?

길버트 에이 난 두 번째는 싫다고....


앤, 길버트 둘이 마주 보며 웃는다. 인사하고 헤어지는 두 사람. 앤 집으로 들어온다.


마닐라 앤 너랑 이야기 나누던 사람 길버트 아니니?

네, 맞아요

마닐라 오래 이야기하던데 너희 둘이 그렇게 친한 사이였어?

아뇨. 엄청난 앙숙이었죠

그런데 다 오해였어요

길버트는 생각보다 좋은 아이던 걸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기로 했어요

아주머니 인생은 참 알 수가 없어요

길버트와 제가 이렇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대학을 가지 못했지만 친구를 얻었어요

앞으로 인생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않겠어요

다른 길에는 또 다른 행운과 기쁨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게 원래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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