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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5. 2021

이야기의 탄생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면 우리의 뇌가 ‘삶’이라는 플롯의 중심에서 우리 스스로를 도덕적 영웅인 양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 자신을 영웅으로 여기는 자아 감각을 뒷받침해주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덜컥 믿어버린다. 반대로 영웅의 자아 감각을 지지하지 않는 사실이라면 우리의 마음은 교묘히 그 사실을 부정할 방법을 찾는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 우리 스스로 영웅이라 여긴다.


이야기 속에서 플롯만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플롯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인물에게로 돌려야 한다. 우리는 자연히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결함이 있고 매력적이고 구체적인 누군가의 역경을 보면서 응원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소파 쿠션에 머리를 박기도 한다. 플롯 표면에 드러난 사건도 물론 중요하고 플롯 구조가 제 기능을 다하고 규율을 따라야 하지만 플롯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그 안의 인물을 위해서다.

→ 플롯보다 인물이 더 중요!


우리가 듣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뭔가가 변화한’ 이야기다. 변화는 우리 뇌에서 끝없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현상이다.

→ 변화가 이야기의 핵심!!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예기치 못한 변화가 곧 일어날 거라는 암시를 주면서 관객의 뇌를 불안하게 만드는 기법의 대가다.

→ 곧 무언가 일어날 것이다.


태어난 지 9주 된 아기도 이미 한 번 본 이미지보다 낯선 이미지에 더 끌린다.

→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뇌 스캔을 해보면 호기심이 생길 때 뇌의 보상 체계가 약간 자극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야기에서 답을 궁금해하거나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마약이나 섹스나 초콜릿을 갈망하는 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 궁금증은 마약이나 섹스와 같다.


기분 좋게 불쾌한 상태, 그러니까 확실히 답을 알게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약속이 되어 있고, 감질나게 불편한 가운데 초조하게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과 같다.

→ 요 기분을 느끼게 해야 한다.


로웬스타인은 「호기심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Curiosity」이라는 논문에서 인간의 호기심을 무의식중에 자극하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7 첫째, 질문을 던지거나 수수께끼를 낸다. 둘째, 해결책이 예상은 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일련의 사건에 노출시킨다. 셋째, 예상을 깨트려서 설명을 찾도록 유도한다. 넷째, 다른 누군가에게 정보가 있다고 알려준다.

→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법!


에플리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때문이지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손가락들과 마주 볼 수 있거나 도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 인간의 능력


상업적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스토리텔링의 본질적인 차이는 인과관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있다. 대중적 이야기에서는 변화가 빠르고 선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반면, 문학성이 높은 작품에서는 변화가 느리고 모호하며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요구하므로 독자 스스로 사건의 연관성을 고민하고 해독해야 한다.

→ 인과관계의 활용!


인과관계는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보여줘야 하고, 설명하기보다는 암시해야 한다.

→ 이것이 제일 어렵다.


조지프 캠벨은 “한 인간을 진실로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의 결함을 기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결함, 결핍, 고뇌....


서양에서는 악에 맞서 싸우고 진실이 승리하고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동양에서는 자기를 희생해서 가족과 공동체와 국가를 지키는 사람이 영웅이 된다.

→ 서양과 동양의 영웅 스토리의 차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 더 공정하게 행동한 것으로 기억하는 방식으로 죄책감을 최소로 줄이고 자아상을 보존할 수 있다.

→ 최책감을 덜기 위해...


연구자들은 폭력과 잔혹성의 네 가지 일반적 원인을 찾아냈다. 탐욕(야망), 가학증, 높은 자존감, 도덕적 이상주의다. 대중적인 신념과 진부한 이야기에서는 탐욕과 가학증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그런데 이들 원인은 극히 사소하다. 알고 보면 높은 자존감과 도덕적 이상주의가 대다수 악행의 원인이다.

→ 악행의 원인...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 교수는 우리의 의식 아래 차원에서는 지배권을 두고 “끊임없이 싸우는 작은 자아들의 시끌벅적한 민주주의가 구현된다”고 말했다.1 그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은 ‘그 싸움의 최종 결과일 뿐’이다.

→ 내적자아들의 끊임없는 분열!


우리는 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통해 인물의 마음속에서 극적 질문이 싸우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장면에서 인물은 분열되어 내적 갈등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가령 인물이 하는 말과 행동에 모순이 드러날 수 있는데, 한 번에 두 가지 자기가 표출되는 것이다. 그 같은 상황이 되면 눈앞에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인물이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다.

→ 갈등으로 인해 다음이 궁금해진다....


모든 좋은 이야기에서는 주요 인물이 다른 인물들과 부딪히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인물들은 충돌하고 서로를 튕겨내고, 결국에는 새롭고 변형된 방식으로 다시 충돌하고 다시 튕겨내고 다시 만나는 식으로 플롯 전체에서 우아하고 인상적인 변화의 춤을 춘다.

→ 서로 영향을 주고 변화한다. 그러므로 예측하기 힘들다. 재미있다.


스토리텔링 뇌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언어가 애초에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 이야기하기 위해 언어가 존재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가 두 가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그들이 우리를 좋아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부족민으로 여기게 만들려는 욕망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람들을 앞질러서 우리가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다. 인간은 소통하고 지배하고 싶어 한다. 두 가지 욕망은 양립하지 않을 때가 많다.

→ 이율배반적인 인간의 욕망!


우리는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약자인 영웅을 쉽게 알아보고 그들이 마침내 정당한 보상을 거머쥘 때 갈채를 보낸다. 그들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 영웅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참가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부와 인기와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능력에 관해 읽게 하고 뇌를 스캔하자 통증을 지각하는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누군가가 불행에 처한 이야기를 읽히자 뇌의 보상중추가 활성화됐다.

→ 원래 인간은 이런 존재인듯... 남 잘되면 배아픈 것이 당연한 것...


사실 누구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잘 모른다. 리어 왕도 이아고도, 나도 당신도 마찬가지다. 셰익스피어는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관객이 그 이유를 짐작할 여지를 남겨서 관객의 가축화된 뇌를 훌륭하게 가지고 놀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인간 행동의 원인과 결과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없다. 셰익스피어는 극적 질문의 답을 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타인과 그의 기묘함에 대한 우리의 무한한 호기심에 접근한 다음, 인물과 작품에 경이롭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또 우리가 이야기에 끼어들 여지를 남겼다. 이를테면 우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생각한다. 나라면 저런 행동을 할까? 이 인물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

→ 여지를 주자...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알아내려 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던지는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변화할 만큼 용감한가? 이야기의 플롯이, 그리고 인생이 우리에게 묻는다.

→ 이야기가 던지는 화두...


우리가 연극에서 보고 싶은 장면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싸우는 장면이다.

→ 우리가 스토리에서 원하는 것!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도록 태어났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목표를 추구하면서 번창한다. 뇌의 보상 기제는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이 아니라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승한다.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들이 쌓여서 인생이 되고 플롯을 만드는 것이다. 추구할 목표나 적어도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이 없다면 실망과 우울과 절망만 남는다. 죽느니만 못한 삶이다.

→ 추구하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


1막 : 이게 나다. 그런데 통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통제 이론이 정립되어 있다.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발화점에 의해 주인공이 새로운 심리 세계로 들어간다.

2막 : 다른 방법이 있는가?

플롯에서 주인공의 낡은 통제 이론이 검증되고 깨지기 시작한다. 흥분이나 긴장, 전율의 정서가 고조되는 사이, 주인공이 새로운 방법을 알아채고 학습하고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3막 : 방법이 있다. 나는 변화했다.

음울한 긴장이 지배하고 플롯이 저항한다. 주인공은 새로운 전략으로 반격한다. 그사이 주인공은 깊은 차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지만 플롯이 다시 전례 없는 위력으로 공세를 펼친다.

4막 : 그런데 나는 변화의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가?

혼돈이 일어난다. 주인공이 가장 낮고 가장 암울한 지점으로 떨어진다. 플롯의 공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주인공은 변화하기로 한 자신의 결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플롯이 주인공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주인공은 곧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해야 한다.

5막 :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최후의 결전이 다가오면서 긴장이 고조된다. 절정에 이르러 주인공이 마침내 플롯을 완벽히 통제한다. 혼돈 상태가 깨지고 극적 질문의 결정적 답이 나온다. 이제 주인공은 새로운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 5막의 구성!


우리만 깨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만 갈등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만 음침한 생각과 씁쓸한 회한과 때때로 증오에 찬 자아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니며 우리만 두려운 것 또한 아니다. 이야기의 마법은 현실의 사랑이 범접하지 못할 방식으로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준다. 이야기는 어두운 두개골 속에서 우리가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한다.

→ 이야기란 나를 알아가고 우리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총평

지극히 비과학적이라 여긴 이야기가 아주 과학적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좋은 이야기는 본능같은 것이다. 뭐라 딱히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냥 안다. 내가 쓰면서 재미없는 글이 남에게 재미있을 리가 없다. 대중의 눈은 저급하지 않다. 고급한 척하는 작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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