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은 가진 것이 튼튼한 몸뚱어리 밖에 없다.
피를 팔아서 장가를 가고 아이들 기르고
위기의 순간마다 피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첫째 아들은 자기 자식이 아니다.
아내가 결혼 전에 만나던 남자아이이다.
9살에 알게 되었는데 아이가 밉고 아내도 밉고 아이아비도 밉다.
순간 부정도 저지르고 아이에게 너희 아비에게 가라고도 하지만...
첫째 아들 일락이를 차마 부정할 수 없다.
일락이가 아프자 누구보다 먼저 달려 피를 뽑는 허삼관!
세 아들 중에 제일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늙은이의 피는 사가지 않는다.
허삼관은 허무하고 이제 자긴 아무 쓸모가 없는 인간 같다.
목숨을 바쳐 피를 뽑아서 살아온 자기 인생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
매 순간 허삼관은 진심이었고 누구도 그의 인생을 가타부타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