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작가의 에세이집 ‘힘빼기의 기술’을 읽고 인상적인 구절이 있어 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카피라이터라 그런지 글을 생동감 있게 잘 썼다.
“황영주는 나와 18년된 친구 사이다. 하지만 실제로 친구로 지낸 기간은 15년쯤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우린 걸핏하면 절교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씩, 우리는 화가 나서 연락을 끊고 지내곤 한다. 다시는 보지 말자며, 그러다가도 어느 한쪽이 먼저 전화해서 ”뭐 해?“하면 이거 뭐, 아주 싱겁게 풀려버린다. 그리곤 다시 친구가 된다.”
나에게도 오래된 친구가 있다. 20년이 넘은 친구이다. 흔히 말하는 죽마고우이다. 그 친구라 자주 보지 않는다. 이미 산전수전 겪은 뒤라 안본다고 멀어질 사이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싸우지는 않지만 우리 나름의 규칙이 있다. 절대 자긴 방식을 강요하지 않기! 서로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처지가 비슷해서 통하는 점도 많고 오랜 시간 봐와서 말 안해도 아는 점도 많다. 그만큼 편한 동시에 가끔 섭섭 할때도 있다. 그게 가족한테 느끼는 섭섭함이랑 비슷한 것이다. 너무 잘 알아서 그럴 때가 있다. 이 글을 보는데 내 오랜 친구가 떠올랐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게 가족이 되었던 친구가 되었던 연인이 되었던 간에 말이다. 일년 넘게 안 본 적도 있지만 간만에 연락하면 어투만으로 어떻게 지내왔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랜 기간 우정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말하지 않아도 내맘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살면서 참 소중한 일이다.
“30대 여성인 자기보다 훨씬 연애를 잘하신다나, 그 비결을 물었더니 어머니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얘, 나이마다 그 나이대에 맞는 시장이 다 있는 거야“
딸보다 연애를 잘하는 어머니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나 긍정적이고 활기찬 대답인가? 물론 연애에 적극적이지 못한 내 입장에서는 과히 놀라운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연애를 계속한다는 것은 얼마나 건강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내 성격상 그게 힘들겠지만 그런 분들 보면 얼굴에서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것 같다. 연애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 감정 속에 계속 사시는 분은 분명 건강하고 활기 찬 분이시리라. 내 주변에도 그런 분이 계셔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 분의 연애이야기를 말이다. 나이 든다고 사랑의 감정이 없겠는가?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글을 쓰는데 아직 젊은 나는 연애도 안하고 무엇을 하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사 뜻대로 되지가 않는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렇게 나이들 수 있을까? 그 나름 시장이 있다닌깐 나도 그 시장에 뛰어 들어볼 까나?
“지금껏 너무도 많은 생명이 아파하고 떠나가는 걸 지켜봐온 사람의 말이다. 헛헛한 마음을 다스리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걸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의 말이다. 새끼를 좀 보면 나아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원장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마 기억도 못 하시겠지”
죽은 동물 때문에 괴로워 할 때 새끼를 보라고 위로해준 동물병원 원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 생명이 주는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어린 아기를 보라. 그럼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기한테 나는 냄새도 참 좋다. 슬플 때 어린 생명체를 보라는 것은 정말 좋은 위로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도 아이를 보면 웃게 되어있다. 새 생명체가 주는 신비로운 힘 같다. 나도 가끔 힘이 들 때 어린 조카를 자주 봤었다. 아이의 순진함에 웃게 되고 아이와 함께 있으므로 자체 힐링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가 보다.
자신의 에피소드로 엮여진 에세이집을 읽다보니 어느 샌가 나도 힐링이 되고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나도 이런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많이 연습해야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