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그녀는 강채린. 디자이너 전공에 한 디자이너 회사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나이는 37살!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운전을 해서 회사에 도착을 한다. 그리고는 커피와 베이글을 사서 사무실로 들어온다. 9시 출근 30분 전이다. 그녀는 이때가 하루 중에 가장 좋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 말이다.
“굳모닝”
“안녕하세요. 선배님!”
하나둘씩 사무실로 들어온다. 슬슬 오늘 하루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다.
“이번 프로젝트 디자인 시안 검토해 보자”
디자이너 일을 한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지칠 때도 있었으나 나름 재미있어서 여기까지 왔다. 능력도 인정받고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어제 우리애가 글쎄 이런 말을 하지 뭐예요?”
“응 그랬어?”
후배들이 점점 늘면서 육아와 병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이야기하면 맞장구는 쳐주지만 공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공감대가 줄어들고 있어’
이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결혼 안하고 미혼여성이 공감대 있는 대화하기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신없는 회사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였다. 퇴근길을 언제나 막힌다. 집까지 가는데 족히 한 시간은 걸린다. 차안에서 음악을 듣는다. 혹은 라디오를 듣는다. 잠시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오늘 저녁을 뭐 먹지’
한참을 고민한다. 해먹을까? 그러기에 너무 귀찮다.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많고 집근처 국수집에서 싸와서 먹어야겠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항상 먹는 거 하나 포장요”
단골이라 아줌마와 익숙하다. 채린은 혼자지만 혼자서 못하는 것이 없다. 혼자 밥은 물론 혼밥레벨 10단계인 고기 구워 먹기도 할 수 있다. 여행도 혼자가고 혼자 못 하는 것이 없다.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집 식탁에 펼쳐 놓고 먹기 시작한다. 냉장고에서 맥주도 한 캔 끄집어 내어 같이 먹는다.
“음 맛있다. 인생 별것 있나? 이러고 사는 거지”
이러 때면 행복이 충만해져 온다. 이러고 사는 것에 큰 불만은 없다. 가끔 외롭긴 하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것이니깐
“까똑”
카카오톡 알림이 뜬다. 업무단톡방에서 오는 것이든 친구들 아님 모임 단톡방이든 별로 보고 싶지가 않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우리 딸 돌 잔치해. 친구들 많이 와서 자리를 빛내줘’
친구 딸 돌잔치 이야기였다. 친구들 무리에서 결혼 안한 친구는 거의 없다. 가면 또 각자 시댁이야기와 아이이야기에 정신없을 것이다. 난 또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고 하겠지.
‘아 정말 가기 싫다.’
점점 결혼식과 돌잔치에 가기 싫어진다.
‘알았어 그때 봐.’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보기로 했다.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늦은 저녁의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그럴 때면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이런 생각들 말이다.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살고 있고 채린은 아직 혼자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끔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채린아 넌 언제 결혼 할 꺼야? 결혼해 결혼하면 좋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채린은 아직 자신이 없다. 혼자여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펄쩍뛴다.
‘외롭다’
점점 외로워 지는 것도 사실이다. 더 젊을 때도 외롭긴 했지만 또래집단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채린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을 생각이다. 친구와의 카카오톡을 끝내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채린이 남자에게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채린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도 있고 채린 역시 호감을 나타낸다. 단지 아직 결혼이라던가 하는 문제에는 자신이 없을 뿐이다.
‘이대로 좋다’
채린은 생각한다. 현재 자신에 상태에 만족한다. 아직 담보대출이 남은 자신의 명의의 집이 있고 또 차가 있다. 직업도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채린씨야 말로 골드미스죠”
“아니예요. 금이 아니라 은이나 동이 겠죠.”
그럴 때 마다 그렇게 채린을 그렇게 말한다. 자신을 골드미스라고 불리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다. 그렇게 잘난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낮추는 것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높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직 결혼 안하셨어요? 왜요?”
이런 질문들에 신물이 난다. 결혼 안 한 것이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군다.
“제가 한분 소개시켜 드릴까요?”
내가 남자 못 만나서 안달 난 것 마냥 구는 것이다.
“아뇨. 됐어요”
“아 눈이 높으시구나”
“아니예요.”
“그럼 왜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하셨어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러다가 더 늦어집니다. 적당히 눈 맞추고 결혼하세요.”
이런 훈계까지 듣게 된다. 게다가 부모님까지 나서시면...
“엄마다. 넌 아직도 결혼할 사람 없냐? 너가 나이가 얼마인데 그러니?”
“나 알아서 할게.”
“너가 알아서 해서 그 모양이야?”
“내 모양이 어때서?”
“너보다 어린 애들로 다 애 낳고 사는데. 넌 뭐 모지라서 그러니?”
“엄마 나 바빠 그만 끊어.”
이러고 급하게 끊어 버린다. 사회생활이나 집안에서건 결혼에 대한 압박을 실로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오지랖이란 참 넓다.
드디어 주말 친구 돌잔치에 갔다.
“채린아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응, 나야 잘 지내지.”
“애가 내 딸이야. 이쁘지?”
“응, 예뻐 너 닮았어.”
“저기 테이블에 애들 다 있으닌깐 가봐”
친구들이 모여있는 테이블로 갔다.
“채린아! 여기야”
“어떻게 지냈어?”
다들 아이들이나 남편과 같이 왔다.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자리가 머쓱했다.
“우리 시댁은 말도 마...”
“애기 용품은 말이지...”
친구들끼리 같은 주제로 신이 난 듯 이야기했다. 나는 그 사이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너도 결혼하고 애기 낳았으면 좋잖아. 우리랑 같이 이야기도 하고”
“그러게...”
친구가 비수 꽂힌 이야기를 했다. 때가 되면 그렇게 하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오늘 너무 즐거웠어. 수다도 즐겁고”
“나도”
나는 돌잔치 내내 즐겁지 않았다. 친구들의 알 수 없는 수다 삼매경에 억지로 끼어든다고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몸이 녹초가 된 것 같았다.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거품 목욕을 했다. 와인을 마시면서 말이다.
“누나 뭐하세요?”
아는 남자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그냥 있어”
“그럼 만나서 놀아요 누나. 제가 잘 아는 펍이 있어요.”
“됐어. 담에. 오늘은 피곤해”
최진호였다. 진호는 운동모임에서 만났다. 운동모임에서 만나서 같이 운동도 하고 진호한테 피티도 받곤 했다. 젊어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젊어서 좋구나’
진호의 에너지를 느낄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나는 너무 안정적인 것 같아요.”
“내가?”
“네 운동도 겁나서 조심조심 하고 인생도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나 안 그래”
“운동하는 거 보면 알아요. 한번 막 살아봐요. 그렇게 안정 지향적으로 살지 말고”
“막 어떻게 살어. 계획세우고 그러고 사는 거지”
“누난 그래서 안되는 거예요.”
이렇게 나에게 훈계도 두곤 했다.
내가 진짜 그런가? 싶기도 했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나에게 문제가 있나? 진호의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남들의 말이 맞다는 말인가? 심심한데 타로점이나 보러 가기로 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변화요?”
“업무상이나 연애에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거 말씀 하시는 것가요?”
“업무상으로는 이동이 있을 수 있겠네요. 부서를 옮긴다던지 하는 일 말입니다. 연애도 여러 사람이 들어오겠어요.”
“그래요? 금전운은요?”
“금전운은 보통입니다.”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거지? 심심풀이로 본 타로점이였지만 신경 쓰이긴 매 한 가지였다.
“반찬거리해서 택배로 보냈으닌깐 오는 데로 냉장고 안에 넣어.”
“잘 먹지도 않아. 많이 보내지마.”
“잘 먹어야지 보내준 거 잘 먹어.”
“알겠어.”
엄마는 아직도 내가 어린아이인줄 안다. 이렇게 택배를 보내주고 걱정을 늘여놓는다.
“회사일에 변화가 있다는 말이지...”
회사를 출근하면서 어제 타로점이 계속 떠올랐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큰일났어. 우리가 보낸 디자인 시안이 잘 못 보내졌어.”
“클라이언트들이 크레임 걸고 난리났어.”
“채린씨 업체 다녀와요.”
허둥지둥 수정한 시안을 들고 업체로 달려갔다. 어제 타로점이 이거였나? 하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아니 일을 어떡해 진행 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그 전 시안으로 프로젝트 벌써 진행중입니다.어떡 하실 껀가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게 이번에 보정된 시안입니다. 한번 봐 주세요.”
“우리도 피해가 막중합니다.”
“네 피해입은 부분은 저희가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보상은 둘째 치고 딜레이되는 부분은 어떡하실 것인가요? 기한이 있는 지라..”
“그건 저희 팀이 붙어서라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채린씨 얼굴 보고 한번 믿어 보겠습니다.”
정말 다리가 다 후들후들 거리는 미팅이었다. 회사에 돌아가니 미팅이 잘 끝나서 다행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후우.... 힘든 하루였어’
맥주 캔을 한잔 따서 마시면서 하루 일을 꼽씹었다. 하루는 그렇게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