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에서 만난 어머님들...

by 윤슬

꽤 오래전에 야학을 했었다. 지금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야학을 했을 때가 가장 보람됐다. 내가 다닌 곳은 어르신 분들 검정고시를 대비해서 가르치는 곳이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공부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대단하던지 여러 번 깜짝깜짝 놀랐다.


영어를 배우고 처음 영어단어를 읽었을 때의 감격을 이야기하시는데 고스란히 그 감동이 느껴져 왔다. 나는 과학 선생님이었다. 하루는 성염색체를 설명하면서 아이의 성별은 남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한분이 시어머니께 딸 낳았다고 엄청 구박받았다면서 이것을 일찍 알았으면 본인이 한 마디 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엄청 억울해하셨다. 그때 참 보람되고 뿌듯했다.


배우는 과목마다 신기해하시면서 배우셨는데 특히 수학과 물리는 어려워하셨다. 검정고시에서도 당락을 좌우하는 과목이 수학과 물리였다. 천천히 설명해 주어도 삼천포로 빠지거나 잘 이해가 안 간다면 연신 고개를 꺄우뚱 거리셨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할 때가 많았다. 수업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쉽게 설명하기!


학기마다 끝나면 조촐한 파티를 했는데 그때 돌아가면서 왜 자신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는지 이야기를 했다. 한분 한분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고 엄마, 아빠 생각도 많이 났다. 우리 엄마, 아빠도 장녀, 장남으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라서 그런지 야학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이 대단해 보이고 구구절절한 사연에 마음이 메어왔다.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에도 빼먹지 않고 출석을 하셨다. 그 열정을 보면서 나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노트필기도 열심히 하시고 모르는 것은 손들고 질문도 많이 하셨다. 검정고시가 해마다 어려워져서 연달아 떨어지셨는데 그때마다 다음에 합격하면 된다면서 뚝뚝 털고 일어나셨다.

일 년 조금 넘게 야학에서 선생님으로 활동했다. 회사 다니면서 한다고 조금 힘들었지만 갔다 오면 보람되고 뿌듯했다. 그때 내가 가르치던 분들 모두 검정고시 합격하셨는지 궁금하다. 무척 열심히 하셨는데... 눈이 또렷하니 나를 바라보고 계실 때면 더욱 잘 가르쳐 드리고 싶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부모님께도 야학에 가서 공부한 후에 검정고시 쳐 보시는 것을 권해 드리고 싶다.


가진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보람된다. 공부에 대한 열의가 가득하신 분들을 가르쳐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 어느 하나 좋지 않은 것이 없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느낌만으로 삶이 충만해진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상관없이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이타적 동물이다.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야학에서의 좋은 추억들은 아직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하고픈 일이다. 강의할 때 어머니님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잊히지 않는다. 나이 들어서도 배우려는 사람이 되고 싶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았다. 꼭 엄마, 아빠한테 가르친다는 심정으로 가르쳤다. 어릴 때 조금 안다고 ‘엄마는 이것도 몰라’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난다. 늦었지만 엄마한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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