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방안에서 한 발자국도 안나간지 3년이 지났다. 히끼꼬모리! 은둔형 외톨이! 모두 그녀를 칭하는 말이다. 방은 치우지 않은 쓰레기와 여기저기 옷가지들로 엉망이다. 그녀가 세상에 유일하게 소통하는 통로는 컴퓨터게임이다. 흔한 휴대폰도 없이... 하루 24시간 중 대부분은 잠을 자고 엄마가 문 앞에 놓아둔 밥으로 겨우 끼니를 때운다. 끼니는 많아야 두 끼를 먹고 아니면 한 끼만 먹는다. 그녀의 몰골이란 꽁지머리에(언제 감았는지 알수도 없고)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다. 잘 먹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마르고 영양실조에 걸린 듯하다. 얼굴은 햇빛을 보지 않아 피부는 하얗다.
그녀가 대학까지는 이러지 않았다. 나름 촉망받는 대학생이었고 남자친구도 있었다. 왜 이렇게 방으로 숨어들어왔는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대학 졸업 후 3년째 이러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는 연락이 단절 된지 오래고 가족들은 이재나 저재나 돌아올까 기다리는 중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지만 깨어 있을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한다.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 있을 때 그녀는 편안함을 느낀다. 목표물을 때려 부수고 박살을 낸다. 속이 후려하다. 가상의 게임속에서 그녀는 더 이상 나약하거나 무기력 하지 않다. 게임은 그녀의 승리로 끝났다. 또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올 시간이다.
현실세계는 그녀에게 가혹하다. 계속되는 취업 낙방 그리고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짐. 겨우 들어간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 그녀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졌고 방으로 숨어 들어갔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어떤 시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실.패.자. 그녀는 자기자신을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무섭다. 그녀에게 냉정한 세상! 남들이 이런 자신을 어떻게 볼지 두려워서 밖을 나갈 수가 없다. 다들 아무 고민없이 잘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직 그녀만이 뒤쳐진 것 같다. 방안으로 숨고 나서는 오직 이 생각뿐이다. 어서 이 상황이 끝나길... 자신이 죽길 바랄뿐이다.
게임싸이트를 뒤지다가 발견한 익명게시판. 게임유저들이 글을 남기는 곳이다. 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린다.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비루한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조심스레 컴퓨터 자판를 두드린다. 타닥타닥. 첫 문장을 쓴다. 죽.고.싶.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휘갈기듯이 쓴다. 본인이 얼마나 상처받고 아픈지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끝내고 싶다고 쓴다. 다 쓰고나니 속이 후련하다. 다시 눕는다.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린다. 사는 것이 너무 버겁다. 세상은 그녀 뜻대로 되지 않고 현재는 엉망진창이다. 그저 죽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다. 방속에 틀어박혀 있는 딸이지만 엄마는 매일 문앞에 밥을 해주신다. 그런 엄마를 봐서 하루하루 생명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오늘이 어제인지 내일이 오늘인지도 모르는 시간이 흘러갔다. 또 다시 가상의 세계로 접속했다. 신나게 게임을 즐기고 나서 저번에 남긴 글이 생각났다. 다시 익명게시판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남긴 글의 조회수가 어마어마했다. 댓글도 달렸는데 모두 죽지말라는 내용이었다. 한명은 돕고 싶다면서 연락처까지 남겨놓았다. 어리둥절했다. 죽고싶다는 그녀의 글에 이런 반응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댓글을 한줄 한줄 읽는데 가슴에 먼가 뜨거운 것이 넘쳐흘렀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이가 남긴 글에 그녀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수십군데 원서를 썼지만 취업에 낙방한 이야기. 오래 사귀었던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던 이야기. 힘들어 들어간 회사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퇴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가슴 저편에 꽁꽁 접어둔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그럴때마다 어김없이 따스한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다. 자신이 더 힘들다는 댓글도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등지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자 본인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람들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 나같은 사람이 많구나.' 지난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 하자 가슴속에 쌓여있던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댓글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읽고 또 읽었다.
그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이 없는 따스한 위로였다. 그러는 사이 그녀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용기가 찾아온 것이다. 다시 한번 더 해 보자. 마지막을 생각하기 보다 시작을 생각해 보자. 그녀는 죽음 대신 어느 샌가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굳게 닫혔던 방문을 열었다. "엄마 밥줘. 나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