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길들이기

by 윤슬

“신입사원 차유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새로 우리 부서에 온 신입사원이다. 모두 일에 정신없어서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되는 신입사원의 사수노릇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중 팀장님이 나를 지목했다

“강지은씨 요즘 좀 한가하지 않나? 신입 교육 좀 시켜 알겠지?”

나도 안된다고 항변하러 하였지만 이미 나에게로 신입사원이 할당되었다. 주간업무일지에 '신입사원교육' 이라고 떡하니 올라가고야 말았다.

“선배님 저는 뭘하면 될까요?”

특유의 의욕 넘치는 신입의 자세로 유혁씨가 물어왔다. 일단 자세는 마음에 들었다.

“지난 기안문들 검토하면서 우리부서 돌아가는 것 좀 대충 살펴볼래요?”

나도 하는 일이 있어서 바쁘기도 했고 딱히 신입에게 시킬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시간 때우라고 대충 둘러댄 것이다. 오늘까지 마감이 일이 있어서 마음이 급했다. 열심히 일을 해서 겨우 오후 5시 반쯤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유혁씨 오늘 대충 정리해요”

그저서야 신입인 차유혁씨를 봤다. 몇 달치 기안문을 출력해서 밑줄까지 그어가면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혁씨 저 많은 기안문을 다 본 거예요?”

“기안문을 선배님이 왜 보라고 한지 알 것 같아요. 우리 부서하는 일이 한눈에 보이네요.”

할말을 잃고 쳐다보는 내게 환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꽤 괜찮은 신입이 들어왔네’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

"그래요. 유혁씨 수고 했어요."


“굳모닝”

나도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편이지만 유혁씨는 벌써 출근해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유혁씨에게 업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싹싹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센스가 있었다. 나는 일머리 없는 사람을 싫어하는데 유혁씨는 일머리가 있었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아차렸다. 가르쳐준 것을 열심히 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지은선배님은 정말 모르는 게 없으시군요. 전 언제 선배님을 따라 갈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유혁씨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우러러 볼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려왔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리자. 강지은’

"유혁씨도 제 연차되면 다 알게 되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네, 선배만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서서히 신입에게 다른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혁씨 여자친구 있어? 있더라도 우리 회사 오면 헤어지는데...”

회사동료가 물었다.

“네. 있습니다. 헤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거 어려운데...”

사람들이 놀리듯 말했다. 유혁씨의 애인이 있다는 말에 괜히 허탈감이 밀려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니 고백했다 퇴짜라도 맞은 기분이다.

“차유혁씨 처음보다 군기가 빠진 것 같아요.”

이러면서 유혁씨에게 심술을 부렸다. 그리고 일을 더 많이 주기 시작했다. 속으로 ‘이건 신입사원교육일 뿐이야. 다른 것 없어.’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말이다.

"이번에 프로젝트 자료조사 부탁해요. 이번 거 중요하닌깐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지은씨, 유혁씨한테 일 너무 많이 시키는 거 아냐? 아직 입사한지 얼마되지도 않는데...”

동료직원이 유혁씨 일하는 것을 보더니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일도 배우고 좋습니다.”

“신입교육은 저 담당이니 걱정마세요. 제가 알아서 시켜요.”

발끈해서 말했다. 내 맘이 들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연일 야근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유혁씨를 보면서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나도 신입때 저랬어.'라면 잡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다.


“우리 부서 회식 한 지도 오래되었는데... 오늘 회식하지”

부장님께서 부서 회식을 권하셨다. 나는 술을 잘 못해서 회식때마다 힘들다. 분위기를 맞춰줄 정도로 마시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신입때는 못하는 술 억지로 마신다고 엄청 힘들었다.

“지은씨 술 못 마시닌깐 흑기사 하실뿐?”

“제가 하겠습니다.”

유혁씨였다. 주는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

“지은씨가 유혁씨 소원 들어줘야되는 거 알지?”

그 이후에도 유혁씨는 몇 번 더 나의 흑기사를 했고 다른 사람 술도 받아 마시면서 어느새 만취했다.

“유혁씨 괜찮아요? 그러게 요령것 마셔야지. 주는 술 다 받아 마시면 어떡해요?”

“선배, 제가 흑기사 했으닌깐. 소원 들어 주셔야 해요? 아셨죠?”

혀가 꼬인 채 말을 했다.

“네, 알겠어요. 소원 들어 줄께요.”

“선배, 저 책임 지세요. 선배가 일 많이 시켜서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책임지면 되죠? 책임질께요. 유혁씨."

매거진의 이전글독고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