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 ‘서울의 봄’을 보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전두광이 쿠데타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었다.
육군참모총장을 박정희 시해 사건에 김재규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이미 무죄판결을 내려졌지만) 강제 연행한다.
이 과정에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두광은 대통령 최규하를 3번이나 찾아간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재가를 받아오면 해 주겠다고 하고
전두광은 ‘하나회’라는 사조직을 동원하여 군을 장악하고
마침내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낸다.
만약 전두광이 대통령에게 총을 내밀고 협박하면서 사인하라고 했다면
긴장감도 떨어지고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마지막 퇴로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졌다.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 이렇게 말이다.
최규하 대통령이 마지막에 사인을 하면서 서류 옆에 날짜와 시간을 적는다.
그리고 말한다.
"사후승인입니다."
최규하 대통령은 죽을 때까지 12.12 군사 반란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두환 대통령도 죽고 관계자들도 노년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이런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일은 회사나 어떤 조직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이 나에게 유리할지 저울질한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고 한다.
마지막에 끝까지 투항한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두광이 ‘넌 나의 적이지만 찐 군인인 것은 인정한다’는 눈빛도 좋았다.
실제로 장태완(실제 수도방위사령관)은 전두환이 법정에 섰을 때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한다.
이때 증언을 마친 후 "한때는 함께 국방에 열심을 다하던 입장이었는데
어쩌다 그리되었는지 모르겠소"라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고 하니 참 권력도 인생도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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