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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대디 Feb 18. 2022

크리스폴의 미친 디테일,
그 힘에 대하여

데뷔 17년차의 노장 선수가 아직까지 NBA에서 미친듯한 리딩으로 팀을 전체 1위로 이끌며 MVP 후보군에 거론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Point GOD, Chris Paul이다. 한때는 역량에 비해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부진하면서 그그컨, 파궁사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그였지만, 2021년 피닉스로 팀을 옮기면서 이전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도 실패했던 팀을 결승전까지 끌어올리더니, 올해는 작년의 활약이 플루크가 아니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즌 절반이 지나는 현재 전체 1위를 유지하며 우승을 노리는 그에게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괴물들이 모여 있는 NBA에서 183cm의 평범한 피지컬의 선수를 극한까지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King of Pettiness, 디테일에 미친 남자


https://twitter.com/ComplexSports/status/1380218702507937795?ref_src=twsrc^tfw|twcamp^tweetembed|twterm^1380218702507937795|twgr^|twcon^s1_c10&ref_url=https%3A%2F%2Fpublish.twitter.com%2F%3Fquery%3Dhttps3A2F2Ftwitter.com2FComplexSports2Fstatus2F1380218702507937795widget%3DTweet

크리스폴은 어마어마하게 쪼잔하고, 더럽게 집요하다. Hall of Fame에 만장일치로 들어갈 선수치곤 어떤 그런 우아함이 부족하다.

상대방의 멘탈을 조금이라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무슨말을 해서라도 흔들어 놓는 선수이고, 그래서 여러선수와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경기의 승패에 단 1점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룰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무엇이라도 하는 선수다. 크리스폴의 전매특허인 rip through 동작(수비수가 공격수 방향으로 팔을 뻗고 있을 때, 공격수가 의도적으로 본인의 팔을 수비수의 팔쪽으로 들어올려 파울을 이끌어내는 동작) 또한 non-basketball move라고 욕을 먹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rip through가 룰에 적혀져있는 합법적인 기술인데, 그걸 못 피하는 수비수의 잘못이지, 그게 왜 본인이 욕먹을 짓이냐고 되묻는다.

크리스폴이 얼마나 쪼잔한지는 아래 두 예시만 봐도 치를 떨 정도로 느낄 수 있다.


[예시1] 2019년 미네소타와의 레귤러 시즌 경기 중, 상대편 선수가 농구복 상의를 하의에 넣지않고 뺀채 경기장으로 들어오게 된다. 고작 농구복 상의를 뺀게 뭔 대수이겠냐마는, 크리스폴은 곧바로 심판진에게 이 사실을 어필한다. 엄밀하게 룰북대로 하자면 Delay of Game이였기 때문에, 이미 delay of game이 하나 있던 미네소타는 크리스폴에게 자유투를 주게 된다. 동농에서도 이런거 가지고 심판하게 이른다면 쪼잔하다고 할법한데, 크리스폴은 그런것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소중한 자유투 2개다. (이 득점이 더 중요했던 이유는 종료 1.1초 남기고 2점차로 지고 있던 상황이였기때문이였다. 크리스폴의 썬더는 결국 이 자유투때문에 승리하게 된다)

https://twitter.com/TheNBACentral/status/1203161757528797185?ref_src=twsrc^tfw|twcamp^tweetembed|twterm^1203161757528797185|twgr^|twcon^s1_c10&ref_url=https%3A%2F%2Fedge.twinspires.com%2Fnba%2Franking-the-nbas-pettiest-players%2F


[예시2] 경기중에 파울을 당하면 어느쪽에서 공을 인바운드할지 선수가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마도 룰이 개정되어서) 심판진도 모르는 이 룰을 크리스폴은 이미 숙지하고 있었고, 경기 중 굳이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서 인바운드 하겠다고 요청한다(주로 쓰는 오른쪽으로 드리블을 하는 것을 쉽게하기 위해). 이 룰을 몰랐던 심판진은 크리스폴과 논쟁 끝에 그에게 technical Foul을 주고, 결국 조정위원회까지 이 문제를 제기해서 본인이 맞고 심판진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 받는다. 이런 작은 경쟁우위를 위해서 룰북을 심판진보다도 많이 읽고 본인의 게임에 적용하는 인간이 크리스폴이다.

https://youtu.be/O77HvbxvHF4?fbclid=IwAR0AfBtGzFZTzjUlD6cKFgqdUx98s-aHNAqGkO2pu8vs4fh0QmiTlwte2gY


사실 이런 행동들이 쪼잔해보이고 하찮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쪼잔함, pettiness가 결론적으로 193cm의 단신가드가 17년동안 리그에서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크리스폴이 2005년 전체 3픽으로 New Orleans에 드래프트 되었다. ‘05년 드래프트된 선수들에서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 자체가 그 하나로 유일하다. 게다가 전성기 시절 LA Clippers에서 함께 뛰었던 블레이크 그리핀(09 드래프트), 디안드레 조던(08 드래프트)과 같은 사기급 신체능력을 가졌던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그리핀과 조던이 지금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대비하여 크리스폴은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폴은 17년동안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통해 그 어떤 선수보다 오래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여전히 우승이란 골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모든 팀에는 크리스폴이 필요하다


당신의 팀에는 크리스 폴이 있는가? 우리 모두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NBA에서 뛸 순 없지만, 우리 모두의 회사 조직에는 분명 크리스폴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디테일을 만드는 것은 나의 업에 대한 열정

크리스폴의 미친 디테일은 결국 농구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17년동안 천경기 이상의 경기를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없을때 그는 다른팀의 경기를 보는 것이 재미 있다고 한다. 다른 nba스타들처럼 클럽을 가거나 방에서 게임을 즐길만도 한데, 크리스폴은 거의 모든 nba경기를 녹화해서 보거나, 경기분석실에서 본인의 경기를 복기한다고 한다. 룰북을 달달 외우는 것도 마찬가지, 그는 정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상대와의 비교우위를 만들 수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파고든다. 그의 이런 미친 디테일은 결국 농구라는 게임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되었을 때, 우리는 크리스폴처럼 매일 그렇게 일을 즐기고 반복할 수 있겠는가?

모든 대단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는 지난하고 지루한 반복을 통한 디테일에서 나온다. 회사에서 내 사업이 만들어내는 지표들에 대해 매일매일 보고 달달 외울 수준이 되어서야 비로서 그 숫자들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감고 내 사업에 대한 지표들이 머리속에 떠오를 수준이 되어야, 시장의 변화나 경쟁사의 액션이 발생할때 사건 들 간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내 사업에 대한 상황도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데 갑자기 뭔가 대단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주 로또를 긁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이런 디테일을 이렇게 지겨울 정도로 같은 정보를 반복하고 외우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에 대해 진정으로 애정이 있고 열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근무시간 여부를 떠나 내가 맡은 사업에 대해 꾸준히 고민 할 수 있는가? 아니, 기껏 몇 주 들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주중이건 주말이건 기술적 분석 가치 분석이건 다하면서 왜 정작 내 사업에 대해서는 이렇게 관심이 없는데 사업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지 않은가? 내가 내 사업에 투자한 절대적인 시간은 결국 결과로 보여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맡은 사업에 대해 크리스폴이 농구에 가지고 있는만큼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지가 결국 그가 만든 성공을 현실에서 재현해낼 수 있는지의 척도가 될 것이다.


팀의 모두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쉽

크리스폴의 리더쉽 스타일은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직설적인 어투와 강력한 자기주장 때문에 여러선수들과 트러블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크리스폴이 간 모든 팀이 make over 수준으로 성적이 개선되고 팀 전체의 역량 자체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크리스폴의 이런 리더쉽 스타일을 buy-in 한 선수들은 크리스폴을 그 누구보다도 리스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리스폴의 리더쉽의 핵심은 “팀의 모두가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올인한다"는 것에 있다. 크리스폴은 농구경기에 있어 개인스탯 관리, 선수들간의 친목 등 다른 아젠다를 가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폴이 농구코트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은 “본인의 스탯관리를 위해 쿼터 종료직전 슛을 던지지 않는 선수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올인 하기 때문에 2014년 Playoff에서 골든스테이트에게 패배하여 탈락했을 때, 크리스폴은 라커룸으로 돌아와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단 하나의 목표 우승을 위해 들어간 모든 팀원의 끝없는 연습, 식단 조절, 그 밖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만큼 그 패배가 받아드리기 힘들었다고 한다.

회사에서도 팀의 모든 조직원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의 조직에도 각자의 구성원이 그 하나의 목표가 아닌 개별의 아젠다를 가지고 움직이는 순간, 사업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조직원이 내 고과, 선호하는 R&R 등 개인의 관심사가 아닌 통일된 하나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align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이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진정성 있는 태도가 같은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진정성 있는 동료를 끌어드리게 되고, 이런 구성원이 모여야 조직이 비로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크리스폴이 되자. 크리스폴처럼 결국 우승을 맛보지 못할지라도, 회사라는 이 리그에서 17년 이상 살아남기위한 쪼잔할 수도 하찮을 수도 있는 그 집요한 몸부림을 부려보자.


Reference

https://www.youtube.com/watch?v=7MLzS1fF_aI Chris Paul Is a Basketball Comet | The Ringer 
https://www.youtube.com/watch?v=NZdbMehDEQ4&t=1s  Chris Paul’s elbow jumper is one of the deadliest shots in the NBA | Signature Shots
https://www.youtube.com/watch?v=E70GhXMjgDU In the Film Room with Chris Paul, one of the all time great passers in the history of the N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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