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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대디 Mar 06. 2022

NBA선수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다.

“Holding your teammates accountable.”

직역하자면 “팀원에게 책임을 묻는다” 정도인데, 조금 더 속내를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팀원간에 믿음을 기반으로 어떤 목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기를 기대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예전 영어 시험에나 나올 법한 숙어인데, 최근 NBA 뉴스나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팀메이트 간에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이 전세계를 휘어잡던 90년대에도 선수들을 밀어붙이고 압박을 하는 것은 항상 감독이나 구단주들이였는데, 왜 요즘에는 구단이나 감독이 아닌 선수들끼리 서로간에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2010년 르브론이 이끈 선수 Empowerment 시대

2010년대에 들어와 NBA는 이전 세대에 비해 굉장히 선수 중심적인 리그로 탈바꿈하였다.

2000년대까지 NBA는 래리브라운, 필잭슨, 포포비치와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 들이 선수기용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팻라일리나 제리 버스와 같은 GM 및 구단주 등이 선수들을 마치 체스판의 말처럼 우승을 위한 도구로만 여기는 시절이였다.

하지만, 2010년에 르브론 제임스가 FA 자격을 얻으며 본인의 행선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공중파 TV를 통해 보여준 사건이 바로 The Decision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NBA 선수들은 본인이 뛰는 팀과 팀의 방향성에 대해 개입할 수있는 권한이 늘어날 수 있었다. 이전까지 구단-선수간에 상하 관계였던 조직 구조가, 구단과 선수가 서로 business partner임을 인정하며 수평적인 구조로 변화되어갔다.


그 결과, NBA의 슈퍼스타들은 구단과의 대화에 우위를 점하는 방법을 깨닳게 되었다. 이전까지 선수가 팀에게 이적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계약이 1년 남은 expiring contract일때 뿐이였지만, 최근에는 계약기간이 한참 남은 선수들도 팀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팀을 압박하여 결국 이적을 이끌어내었다. 최근에 앤서니 데이비스의 레이커스 이적, 하든의 휴스턴>브루클린>필라델피아 이적, 벤시몬스의 보이콧 등 최근의 케이스를 보면 계약조건과는 무관하게 스타 선수가 이적을 원하면 결과적으로 다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팀의 에이스가 우승을 위해 특정선수를 팀에 데리고 오도록 푸쉬하고 구단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선수를 데리고 오기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르브론이 데이비스를 데리고 오도록 레이커스와 장기계약을 맺지 않는 것도 그렇고, 카와이 래너드가 LAC로 이적 조건으로 폴 조지의 영입을 내세워서, 클리퍼스가 조지를 데리고 오기위해 무려 5개의 1차지명권과 유망주를 보내야했던 사건 들로 알 수 있듯이 최근 NBA는 확실하게 선수들의 주도권이 강해진 시대로 변모하였다.


Hey, Kobe! Stop that bull shit!

그렇다고 선수들이 이런 변화의 흐름에 무책임하게 본인들의 권한만 누린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엄청난 연봉과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만큼의 막대한 책임을 받아드리고 있다. 예전에는 구단이나 감독이 강압적으로 요구하던 목적의식 및 책임감 부여가 아닌, 아닌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책임의식을 자체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일종의 감시자가 되어 책임의식을 동료선수들에게도 똑같이 기대하고, 이를 위한 행동들을 요구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미디어나 선수들 사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바로 “holding each other accountable”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Accountability를 요구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USA팀의 감독을 맡았던 Coach K의 일대기를 담은 책 “Coarch K(The rise & Reign of Mike Krzyzewski)”에서 Coach K와 team USA 선수들간의 해프닝이다.


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미국은 2004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수모를 갚아주기 위해 “Dream Team”의  후속편 격인 “Redeem Team”을 구성하게 된다. 이팀에는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엔써니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힘을 합쳐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올림픽 본선전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코비가 마치 본인의 왕국인 레이커스에 있는 것 마냥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아직 23세의 한참 후배였던 르브론 제임스가 미국팀의 감독이였던 Coach K에게 경기 직후 바로 이렇게 말을 한다. “Yo, Coach K. You better fix that motherf**ker!”
아직 시범경기이고, 한참 어린 후배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게 맞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브론은 지체없이 감독에게 모두가 보는 공식석상에서 직언을 했다.

감독인 Coach K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였다. 전설적인 감독이기는 하나, 상대는 nba슈퍼스타 중에서도 슈퍼스타. 그런 코비에게 ‘너의 슛선택이 잘못되었다' 라고 말하기에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ach K는 다음날 바로 코비를 따로 불러내서 전날의 게임 영상을 보여주며 잘못된 슛 selection에 대해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Hey, Kobe! Stop shooting that bullshit shot!”

마지막으로 코비. 코비는 Coach K와이 미팅 후, 겸허히  “I got it Coach, Sorry about that” 라고 인정하고, 바로 난사를 멈추고, 팀플레이에 집중하였고, 결국 미국팀은 코비의 대활약에 힘입어 금메달을 따게 된다.


예전같으면 선수와 감독, 선배와 후배 사이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였겠지만, 이렇게 바로 이슈를 제기하고, 그 이슈에 대해 겸허히 받아드리고 인정할 수 있더었던 이유는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모두가 같은 눈높이를 맞추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만큼의 accountability를 요구하기 때문이였다.


반대로 최근에는 일부 선수들이 이런 accountability를 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동료 선수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벤시몬스는 작년 플레이오프의 부진 이후에 감독과 팀원과의 불화를 이유로 출장거부 지속하다 네츠로 이적하였고, 카이리 어빙은 백신을 거부하여 올해 모든 홈경기 출장을 못하게 되어 브루클린의 부진의 원인이 되었는데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동료 선수 들이 미디어나 SNS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해당 선수에게 책임감을 요구하는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개인의 선택이고, NBA 규정상 용납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수들은 함께 뛰는 팀메이트나 미디어에 있는 선배선수들에게서 NBA 선수에게 요구되는 accountability에 대한 이슈제기가 많이 되며 많은 챌린지를 받고 있다.


수평적인 조직이 스스로를 자정하는 힘, accountability

최근에 대부분의 IT 플랫폼 회사 들은 수직적인 조직 구조에서 수평적인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조직이 수평화됨에 따라 현재의 NBA처럼 경영의 무게중심이 경영진과 임원 중심에서 직원 중심으로 이동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조직들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가 바로 controllability 이슈이다.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회사의 경영방향을 정하고 직원들이 그 방향을 따를수있도록 경영진과 임원진이 직원들을 지시하면 되었지만, 직원에게 주도권이 옮겨진 현재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행동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내 책임의 이슈를 이야기 할때 보통 responsibity와 accountability가 비교가 되는데, 수직적 조직에서 top down으로 역할 및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responsibility라고 한다면, 수평적인 조직에서 스스로 역할을 정의하고 자발적인 책임의식을 기대하는 것을 accountability라고 한다.

수평 조직에서는 위에서 본듯이 자연스럽게 조직원간에 자발적으로 accountability를 묻는 선순환의 조직 구조가 요구된다. 조직원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성공에 대한 보상과 실패에 대한 책임 모두 조직원에게 더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조직원간 accountability를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신뢰하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조건이 선행 되어야 한다.


<조직원간 Accountability를 확보하기 위한 Key Factors>   

최종 목표에 대한 명확한 alignment

조직의 성공에 대한 조직원들의 보상에 대한 투명성

각자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구성원들 간의 신뢰


위에서 언급한대로 Accountability는 responsibility와 달리 탑다운으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의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하는 부분은 조직이 가고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든 구성원이 정확하고 명료하게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또한 이런 이해 하에 서로간의 믿음을 확보하고 전력을 다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였을 때 보상이 전 조직원에게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합의가 있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행동들은 각각의 구성원이 그럴만한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지만 진정한 의미의 accountability를 기대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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