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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선미 Jul 26. 2021

초여름 해방촌, 양양, 강릉 여행 2

20210619-20210623 해방촌 브런치 Opato

! 6월 중순에 다녀온 여행 기록입니다.


생각해보니 이 여행 이후로 차를 운전한 일이 거의 없었다. 여행에 다녀와서 이주일 뒤쯤 코로나 상황이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예약해놨던 캠핑이며 여행을 다 취소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책을 많이 읽고 지난 여행 사진들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운전하고 바깥 구경도 하고 싶다.




여행 둘째 날이 밝았다. 


간밤에 잠을 잘 못 잤다. 암막 커튼이 왜 있는가 했더니 건물 외벽에 붙은 간판에서 나오는 빛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밤 중에도 대낮같이 밝았다. 이불은 얇았다. 에어컨은 침대를 향하고 있는데 이불은 얇았다. 에어컨을 끄면 덥고 켜면 추워서 밤새 뒤척였다. 


오랫동안 운전을 해야 하는데 잠을 잘 못 자서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에서 양양까지 운전하는 내내 너무너무 졸렸다. 휴게소에 들러서 커피도 마시고 나름 쉰다고 쉬었는데 그 정도로는 풀리는 피로가 아니었다. 앞으로 에어비앤비를 예약해야 할 때 눈여겨보아야 하는 사항이 두 개 더 추가됐다. 에어컨의 위치, 그리고 충분히 푹신한 침구.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있다면 더더욱 잘 확인할 것.




씻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짐을 챙겨 브런치 가게로 갔다. 해방촌 아침 풍경은 북적이는 밤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다. 밤에는 서울의 힙스터들은 다 모여있는 것 같았는데, 낮에는 코인 빨래방에 가는 슬리퍼 신은 사람들만 몇 명 왔다 갔다 했다.


이 내리막의 끝쯤에 가게가 있었다.


브런치 먹으러 가는 길. 이 사진과 보정은 친구의 솜씨다


Opato라는 작은 가게였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창가에 하나, 그리고 긴 테이블 하나가 전부라서 시간을 잘 맞춰 가도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았다. 대기 명부에 이름을 적으면 맞은편 가게 앞 테이블에 잠깐 앉아있으라고 안내를 해준다.


밖에서 기다리기에 좋은 날이었다.




가게 안은 어둡고 좁다. 


가게 안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대신 구석구석 재밌는 요소가 많았다.


빈티지한 스타일의 가게 내부. 이 사진들은 친구의 솜씨



귀여웠던 누름돌(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바게트)


우리는 수프, 버섯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그리고 커피를 시켰다. 고루고루 시켜서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앞으로 양양과 강릉의 일정도 3박 4일 남아있었기 때문에 사워브레드 하나도 포장을 부탁했다. 소금빵이 맛있다는 말이 인터넷에 많던데 그건 평일에만 파신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한 건 일요일이라서 살 수 없었다. 평일에만 팔기 때문에 맛있다고 소문이 난 걸지도 모르겠다. 잘 만나기 어려운 맛은 맛있으니까.


음식은 커피, 수프, 버섯 샌드위치, 프렌치토스트 순으로 나왔다.


처음으로 커피. 친구는 따뜻한 블랙커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커피 맛은 평범했고 식사과 곁들여 먹기에 좋았다. 곁들여 먹는 커피가 너무 맛있어도 좀 부담스러우니까 이 정도가 딱 좋았다. 대신 식사와 함께 마시는 거니까 양이 더 많으면 좋았을 것 같다.


따뜻한 커피


수프는 사워브레드와 잘 어울리는 약간 산미가 있는 고소한 맛이었다. 빵과 부드러운 수프를 같이 먹는 게 별건 아닌데 평소에는 이런 식사를 잘 하지 않으니까 참 맛있었다. 동거인이 수프를 참 좋아하는데 이런 맛에 먹는 건가 다음에 같이 한 번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워브레드와 잘 어울렸던 수프


다음으로 나온 버섯 샌드위치는 치즈를 올려 토스팅 한 바게트 사이에 잘 양념해서 볶은 버섯과 쌉쌀한 야채가 끼워져 있었다. 바게트는 적당히 바삭하고, 체다 치즈가 짭짤하고 거기에 고소한 버섯과 신선한 야채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필승의 조합이 아닐까. 큰 버섯이 아니라 작은 버섯들을 볶아서 넣었는데 양념이 쏙쏙 잘 배어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여름에는 불을 안 쓰는 차가운 음식이 좋아서 샌드위치를 많이 먹는데 집만 가까웠다면 방앗간의 참새처럼 드나들며 사 먹었을 것 같다.


맛있게 구워진 버섯이 들어간 버섯 샌드위치


마지막은 계란물을 적셔 폭신하게 구운 빵 위에 구운 바나나와 베이컨을 올린 토스트였다. 바나나 위에 설탕을 올리고 토치로 구워 크림브륄레의 겉처럼 바삭하게 코팅했다. 너무 달기만 하면 물렸을 텐데 짭짤한 베이컨이 올라가 있어서 디저트인 듯 식사인 듯 먹었다. 커피가 넉넉히 있었다면 더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구운 바나나가 올라간 프렌치토스트


다음에도 해방촌에 놀러 갈 일이 있다면 브런치를 먹으러 다시 오고 싶었다. 포장한 사워브래드는 예상보다 꽤 큼지막했는데 강릉에서 캠핑을 하는 동안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다 해치웠다.




다음 목적지는 양양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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