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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스 Oct 05. 2018

매주 화요일은  한국어 선생님 되는 날!

90% 엄마 10% 한국어 선생님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현지인들이 많은 나라들도 있겠지만, 스위스는 나라도 작은 데다가 한국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한국사람들이 스위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박 났을 때에는 라디오에서 강남스타일을 들을 수 있었고, 평창올림픽 개최했을 때에는 텔레비전에서 한국 요리해보기 프로그램도 했었고 한국어 인사나 간단한 단어들도 소개했었다. 참, 심지어 스위스 국민음료 리 벨라는 한동안 음료수 라벨을 한국어로 표기했었다.


한국어는 역시 예쁘다.
최근 무가지 전면에 나온 케이팝 기사. 코리아라면 늘 북한 이야기 뿐이었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상황이 이런지라 한국어 강사 자리는 사실 흔한 게 아니고, 사실 이걸로 생활을 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일주일에 딱 하루- 그것도 단 몇 시간이지만, 그동안만 일감이 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 엄마로서는 이런 조건이 오히려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 하루 몇 시간의 일감은 나에게 잠시 아이들에게서 떨어져 육아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엔 정말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던 수강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여행지나 역 근처에서 우연히 만나는 한국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기! 까지 하니 한국사람들은 세계 여행을 할 때 조심할지어다. 점점 한국어를 알아듣는 외국인들이 세계 도처에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수업내용


아무튼 이 재미있고도 매력적인, 그러나 돈은 안 되는 취미생활 같은 일자리 덕에 매주 화요일에 부룩에서 취리히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25분 동안의 기차여행도 때론 우아한 휴식시간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집에서 한 걸론 모자라 수업 준비를 해야 했는데, 특히 이번에 숫자를 배우면서 가르치는 나도 배우는 수강생들도 고생을 꽤나 했다. 모국어로 한국어를 쓰는 나조차도 와, 숫자는 정말 왜 이렇게 섞어 쓰는지 모르겠네. 싶은 하나, 둘, 셋... 일, 이, 삼, 사... 의 짬뽕 대향연. 수강생 중에는 아버지가 스위스 사람, 어머니가 타이완 사람이어서 조금이라도 한자어 영향이 있는 단어는 스펀지처럼 쏙쏙 흡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이번에도 일, 이, 삼, 사... 는 마치 모국어 인양 흡수하고, 하나, 둘, 셋... 과는 끝없이 방황을 했다.


그리고 일부 수강생들은 한국을 나보다 자주 가기 때문에 한국 화폐와 물건 구매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어서 물건 구매 역할극 같은 것도 해보았는데, 워낙 대한민국 원의 단위가 높아서 스위스에선 단순히 1프랑이라고 할 것도 1,200원(글 쓰는 오늘 기준으로는 1,138.85원이지만)이 되다 보니 바지 하나 좋은 것 사고 싶다는 시나리오 하에는 벌써 읽어야 하는 숫자가 십만 단위가 될 수 있고, 비행기 티켓이라도 사려고 하면 마구 달려드는 0의 개수에 나와 비슷한 타고난 문과 태생들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다.


곧 올해도 끝나가는데 내년에는 수강생 중 두 명이 한국에 조금 오래갈 계획이 있다. 한 명은 휴가를 길게 내서 두 달 정도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아예 한국 본사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다고 하는데 이래저래 숫자가 줄어들면 또 예전처럼 폐강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남아있어도, 회사 입장에선 너무 큰 지출을 소수에겐 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


아무튼 나에겐 소중한 하루의 일탈. 할 수 있는 한 오래가면 좋겠다. 수강생들이 한국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종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 회사이니만큼 간부급들은 대부분 한국사람들인 모양이던데, 한국 회사에서 일하며 한국어와 문화도 배우려 하는 그들의 열정이 회사에서 예쁘게 잘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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