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위한 자원봉사자다.
2022년 12월 8일 수요일
"너는 그러면 상윤이한테 화가 안나?"
"그럴 리가요."
6살 무렵 상윤이가 음악치료를 다니던 센터에서
오다가다 맺게 된 인연이 이어져
어느덧 3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가 된 언니와 처음으로 브런치를 먹었다.
당연히 자식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어도 다 못한 이야기가 생기는 자폐 아이의 육아 세계.
누가 누가 더 엄마를 힘들게 하는지 마치 배틀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의 행동들에 대해 나열하다 보면,
속이 터지면서도
'그래. 우리 애만 그런 건 아니야.'
위안이 되고 그런 애들을 보면서 엄마가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공감도 하게 된다.
요즘 아이 때문에 속이 상한다는 언니에게
"저는 상윤이를 대할 때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저를 '이 아이 전용으로 내려보낸 자원봉사자다.'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럼 화가 덜 나요."
얘기했더니
어떻게 그러냐며
"아이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할 때 네 기분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진 않지?"
질문을 했다.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소리 지릅니다. 사거리에서 신호 기다리던 남편이 제가 소리 지르는 거 다 들렸대요."
화가 덜 난다고 했지.
안 나진 않습니다.
저도 그러니깐...
노력 중이란 말이에요.
너와 나는 이어져있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
너의 장애 유무를 떠나 너는 독립적 개체라는 것.
그러므로 앞으로 나는 나의 시간을,
너는 너의 시간을 각자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매일 생각하고,
화가 났을 땐 날숨이 아닌 들숨 한 번 마시고,
그렇게 너에게 무심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너는 내 자식이 아니라 '김상윤 씨'니깐 함부로 할 수 없고,
나는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이 일이 힘들다고 누구를 탓할 수 없다.
너의 성장과 발달에 나의 노력이 들어갔다고 생색낼 수도 없지만, 뿌듯함과 성취감은 크게 느낄 수 있다.
잘 안되지만,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는 나의 삶을 살 테니
너는 너의 삶을 살아줘.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