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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Dec 10. 2022

열 살이 오고 있다.

2022년 12월 9일 금요일

22일 남았다.

2022년이...


내년이면 상윤이가 열 살이다.


'본격적으로 상윤이의 자립 교육을 시작하리라!'

나는 그 시기를


'딱! 10살이 되면!'

열 살로 정해두었다.


지금까지는 아직 어리니까,

아직 여덟 살이니깐, 아직 아홉 살이니깐,

아직 열 살이 안됐으니까...


한 숟갈 떠먹일 때마다,

양치질을 도와줄 때마다,

옷 입는 것을 도와줄 때마다,

샤워를 시킬 때마다,

응가를 닦아줄 때마다...


뜨끔 했지만,

핑곗거리가 있으니 외면해왔다.


이제 22일이 지나면

더 이상 핑곗거리가 사라진다.


앞으로 상윤이는

혼자 머리를 감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혼자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먹은 그릇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는 연습을,

버스 카드를 찍고 타고, 내릴 때도 찍는 연습을,

적어도 혼자 전자레인지에 3분 카레라도 데워먹고,

컵라면이라도 해 먹을 수 있는 연습을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엄마가 그러했듯...

나도 상윤이 곁에 영원히 남아줄 수는 없을 테고,

아무리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한들

내가 나이 먹고 네 수발을 들기에는 힘에 부칠 테니깐...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


안다.

상윤이는 시키면 잘할 거라는 거...

되려 겁먹고 외면하고 미뤄왔던 건 나라는 거...


가끔 길을 걷다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남은 우리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누군가가 돌봐줄 테지...

그러나 엄마가 있을 때의 모습 같진 않을 거다.

그래도 그 누군가에게 손이 덜 가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이젠 더 이상 도망쳐선 안된다.


그래도...

그래도...

22일 동안만 좀 즐길게요.


나 아직은 좀 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아직은 상윤이가 아홉 살이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린 잘할 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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